아이비 "배우 인생 자체가 록시 하트"…8월 뉴욕 브로드웨이 데뷔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6월 23일, 오전 11:56

뮤지컬 '시카고'에서 록시 역으로 브로드웨이에 진출하는 아이비가 23일 서울 충무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뉴스1 구윤성 기자

아이비가 23일 서울 충무아트홀에서 "많은 분의 도움으로 뮤지컬의 본고장에서 공연할 기회를 얻게 돼 너무나 영광"이라며 "대한민국 뮤지컬 배우를 대표해서 가기 때문에 많은 책임감과 부담도 느낀다"고 말했다.

뮤지컬 배우 아이비가 한국에서 592회 연기한 '록시 하트'로 미국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른다. 1년에 걸친 세 차례 영상 오디션을 통과한 그는 "제 배우 인생 자체가 록시 하트 같다"며 "다른 언어로 공연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기적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서 592회 연기한 록시, 브로드웨이로
아이비는 뮤지컬 '시카고'의 록시 하트 역으로 오는 8월 17일부터 9월 6일까지 미국 뉴욕 앰버서더 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2012년부터 한국 프로덕션에서 다진 배역을 브로드웨이 원어 공연으로 확장한다.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는 "아이비 배우가 브로드웨이에 진출하는 것 자체가 한국 뮤지컬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이라며 "우리나라 주연급 배우들이 해외 어느 무대에 출연하더라도 세계적인 기량을 보여줄 재능이 있다고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아이비는 2012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 프로덕션 6시즌에 참여해 전국투어를 포함한 592회 공연에서 록시 하트를 연기했다. 그는 "제가 대한민국에서 이 역할을 가장 많이 맡은 사람"이라며 "뮤지컬 무대에 서온 여정의 대부분을 록시가 차지한다는 것이 특별하다. 이제 정말 끝판왕 같은 자리까지 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이 지나면서 점점 무르익은 록시를 보여드렸던 것 같다"며 "한국의 록시 하면 아이비를 많이 떠올려주셔서 저의 시그니처 배역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뮤지컬 '시카고'에서 록시 역으로 브로드웨이에 진출하는 배우 아이비가 23일 서울 충무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명성 프로듀서. © 뉴스1 구윤성 기자

1년간 3차례 영상 오디션에 도전…"발음부터 다시"
브로드웨이행은 1년에 걸친 세 차례 영상 오디션 끝에 확정됐다. 아이비는 록시의 대표곡 두 곡과 긴 독백 장면을 영어로 준비했고, 단계마다 받은 발음과 억양 지적을 보완해 다음 심사에 응했다.

아이비는 "영어를 배운 지 1년 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시카고' 자체가 굉장히 미국적인 작품"이라며 "한국 억양을 가진 제가 그 무대에 선다는 것이 오디션을 보면서도 가능성이 높다고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시카고'가 가장 미국적인 작품이라고 말한 이유는 영어 대본을 공부하면서 깜짝 놀랐기 때문"이라며 "한국 대본에는 생략된 부분이 굉장히 많고, 비틀어 놓은 대사와 가사에 숨겨진 의미가 많다는 점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아이비는 "오디션은 세 번 모두 영상으로 찍어서 보냈다"며 "뒤의 두 번은 김태훈 연출과 오민영 음악감독 등이 직접 와서 반주와 디렉팅, 안무를 봐줬다"고 말했다.

그는 "제 언어가 아니다 보니 정말 열심히 외웠는데도 한 번 당황하면 멈추고 입이 안 벌어지는 상황이 생겼다"며 "합격하더라도 무대에 올라가서 할 수 있을지 걱정하면서 영상을 촬영했다"고 말했다.

아이비는 마지막 오디션 영상을 미국 체류 중 촬영했다. 그는 "'시카고' 음악이 재즈라 클래식 전공자 세 분에게 반주하기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며 "돌고 돌아 한 교회 집사님이 밤새 연습해 반주해주셨고 집까지 빌려주셔서 거실에서 영상을 찍어 보냈다"고 말했다.

뮤지컬 '시카고'에서 록시 역으로 브로드웨이에 진출하는 아이비가 23일 서울 충무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뉴스1 구윤성 기자

9명 원어민 강사진과 영어·연기 집중 훈련
아이비는 합격 뒤 발음과 액센트를 중심으로 영어, 보이스, 연기 수업을 이어가고 있다. 원어민 강사와 현역 배우 등 9명에게 배우며 주중 대부분을 브로드웨이 공연 준비에 쏟고 있다.

아이비는 "저를 가르쳐 주는 원어민 선생님이 총 9명"이라며 "영어 자체를 늘리는 공부도 하고 연기 전공자, 보이스 코치, 실제 무대에 서는 원어민 배우들에게 악센트와 연기를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 차례 오디션을 봤지만 분명 완벽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그래도 발전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저는 거의 기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이비는 "음악감독과 같이 일했던 배우들이 '이게 무슨 일이냐', '너무 자랑스럽다'며 진심으로 축하해줘 감사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 공연 경험이 있는 양준모·마이클 리·김수아 배우도 대단하다고 말해줬지만 영어 대사를 생각하면 부담이 많이 된다"고 했다.

브로드웨이 제작진은 2012년 아이비가 한국어 버전 '시카고'를 준비할 때 처음 만난 뒤 수년 동안 그의 재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영어로 작품을 처음부터 다시 익히며 이뤄낸 발전은 놀라운 정도"라며 "뉴욕 무대에서 노래와 연기, 춤을 갖춘 아이비의 트리플 스렛(triple threat) 재능을 선보일 날을 기다린다"고 했다.

박명성 프로듀서가 23일 서울 충무아트홀에서 열린 뮤지컬 '시카고' 배우 아이비 브로드웨이 진출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뉴스1 구윤성 기자

30주년 맞은 브로드웨이 최장수 공연
'시카고'는 1920년대 재즈와 범죄의 도시 시카고를 무대로 언론과 사법제도, 대중의 욕망을 풍자한다. 벨마 켈리와 록시 하트가 살인 피의자에서 대중의 스타로 소비되는 과정을 냉소적으로 그린다.

박 대표는 "'시카고'는 풍자적이고 언어가 많은 작품이라 배우들의 연기력이 굉장히 뒷받침돼야 한다"며 "노래도 듣기에는 편하지만 실제로 부르기에는 굉장히 어려운 곡이 많다"고 말했다.

작품은 검은 의상의 배우와 밥 포시 스타일의 안무, 무대 중앙의 14인조 라이브 재즈 밴드를 전면에 세운다. 대표곡은 벨마의 '올 댓 재즈'(All That Jazz)와 여섯 여성 수감자의 사연을 담은 '셀 블록 탱고'(Cell Block Tango) 등이다.

1996년 11월 14일 시작한 브로드웨이 리바이벌은 2026년 30주년을 맞는다. 토니상 6개 부문과 올리비에상 최우수 뮤지컬상, 그래미상 최우수 뮤지컬 앨범상을 받았고 2002년 영화로도 제작됐다.

뮤지컬 '시카고'에서 록시 역으로 브로드웨이에 진출하는 배우 아이비가 23일 서울 충무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명성 프로듀서. © 뉴스1 구윤성 기자

38개국 500여 도시…'시카고'와 함께 넓힌 무대
'시카고'는 38개국 500개 이상 도시에서 공연했고 제작사 집계 기준 전 세계 누적 관객은 약 3500만 명이다. 2023년 '오페라의 유령' 종연 뒤에는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인 최장수 뮤지컬로 기록됐다.

박 대표는 "'시카고'는 어떻게 보면 신시컴퍼니의 밥줄 같은 작품"이라며 "창작 뮤지컬이 흥행에 실패하면 다음 시즌에 '시카고'를 배치해 빚을 갚았고 거의 20년 동안 그렇게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창작 뮤지컬과 연극을 만들 용기를 주는 보물 같은 작품"이라고 했다.

아이비와 신시컴퍼니의 인연은 그가 국립극장에서 '시카고'를 관람한 일을 계기로 시작됐다. 박 대표는 "처음부터 큰 역할을 맡으면 겁에 질려 도망갈 수 있으니 작은 역할부터 시작해보자고 제안했고, 아이비가 '키스 미 케이트'의 조연을 계기로 뮤지컬에 입문했다"고 말했다.

아이비는 "록시는 감옥 안에서도 다시 스타가 되고 싶은 꿈을 쫓고, 그때그때 위기를 헤쳐 나가는 영리한 사람"이라며 "제 성격에도 강인하고 항상 긍정적인 면이 있어 록시와 많이 닮았다"고 말했다. 이어 "저에게 이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고 정말 재미있게 즐기고 오겠다"고 했다.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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