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기록자' 찬와이 "보이지 않았지만 강렬했던 홍콩의 순간들 담아"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6월 23일, 오후 02:19

23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스페이스에이드 열린 신간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찬와이 작가가 신작에 담긴 창작 비화와 홍콩 사회를 바라보는 자신의 깊은 시선을 설명하고 있다. (민음사 제공)

홍콩의 역사를 도시와 인간의 연결성으로 풀어내는 데 진력해 온 작가 찬와이가 신작을 들고 한국을 찾았다.

23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스페이스에이드 CBD에서 열린 신간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찬와이는 신작 '기억을 지키다'와 '기억을 태우다'에 담긴 창작 비화와 홍콩 사회를 바라보는 자신의 깊은 시선을 공유했다.한국어로 출판된 이 장편소설은 1930년대부터 1996년 총통 반환 전까지 약 90년에 걸친 홍콩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연작이다.

찬와이는 "이 시기 홍콩은 가난했지만, 누구나 자기 일을 찾고 정착할 수 있는 포용적인 도시였다"며 과거 홍콩이 가졌던 마켓 에너지를 회상했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반환을 맞이하며 이러한 포용성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소설의 원제인 '습향기'(拾香紀)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찬 작가에 따르면, 한국어 제목에는 '기억을 지키다', '기억을 태우다'라는 직관적인 표현이 쓰였으나, 원제의 '습'(拾)은 '향기를 줍는다'는 의미를 지닌다.

찬와이는 "홍콩의 '홍'(香, 향) 자체가 향기를 뜻한다"라며 "지나가면 사라지는 향기처럼, 보이지 않지만 강렬했던 홍콩의 순간들을 줍는 기록이라는 의미를 담았다"라고 밝혔다.

23일 찬와이 작가가 서울 중구 남대문로 스페이스에이드 열린 신간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신간 '기억을 지키다'·'기억을 태우다'를 소개하고 있다. (민음사 제공)

특히 찬와이는 한국어판 제목의 '기억'이라는 단어를 '추억'으로 정정해 이해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인공지능(AI)이 유용한 정보만을 완벽하게 기억하는 것과 달리, 인간의 '추억'은 쓸모없어 보일지라도 그 안에 사람과 감정, 그리고 사랑이 담겨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문학이 AI와 다른 지점이 바로 이 감정의 공유에 있다고 강조했다.

홍콩의 현대사와 2014년 '우산혁명'에 대한 무거운 대화도 오갔다. 찬와이는 '우산혁명'을 '실패한 혁명'이라 정의하면서도 "혁명은 실패해 좌절을 남겼지만, 모든 이의 감정 속에 절대 사라지지 않는 무언가를 남겼다"고 강조했다.

당시의 트라우마(PTSD)로 힘들어하는 젊은 세대의 아픔을 목격하며 격렬한 감정 속에서 작품을 써 내려갔다는 고백도 더해졌다.

현재 타이완(대만)에서 활동 중인 찬와이는 "어디에서 글을 쓰든 내 내면의 홍콩은 지울 수 없으며, 서사라는 상자 안에 담기는 것은 결국 홍콩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라며 모국에 대한 애틋함을 드러냈다.

찬와이는 한국 독자들이 이 소설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마주하기를 기대했다. 그는 "소설을 읽기 전의 사람과 읽고 난 후의 사람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소설이 존재하는 의의"라며 "독자들의 삶에 작은 변화가 일어나기를 바란다"고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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