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100색 취향 '호모 콘스무스'를 읽어라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6월 24일, 오전 05:40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과거 유통이 대량생산·대량소비에 기반했다면, 앞으로는 개인별 취향에 맞춘 ‘1인 100색’의 초개인화 유통 시대가 열릴 겁니다.”

김인호(63) 비즈니스인사이트 부회장은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개개인이 멀티유즈(용도별 복수 소비)를 하면서 소비의 양과 질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대백화점 경영전략실 등을 거쳐 오랜 기간 유통업계에 몸담아온 그는 최근 ‘유통으로 그리는 돈의 지도’(세이코리아)를 펴냈다. 175년 전 프랑스 봉 마르셰 백화점부터 오늘날 온라인 쇼핑에 이르기까지 유통의 변화를 통해 자본이 이동해온 궤적을 추적한 책이다.

김 부회장은 “유통은 시대 변화를 가장 먼저 숫자로 보여주는 산업”이라며 “시대가 바뀔 때마다 돈의 흐름은 소비자의 취향을 따라 움직여왔고, 앞으로도 그 변화를 가장 먼저 읽는 기업이 돈의 길목을 차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인호 비즈니스인사이트 부회장(사진=본인 제공).
◇유통산업은 거대한 돈이 모이는 저수지

김 부회장은 유통 산업을 ‘거대한 돈이 모이는 저수지’에 비유했다. 과거 거대한 부는 화려한 도심의 1급지 땅에 세워진 ‘백화점’에 머물렀다. 이후 1인 가구의 증가와 함께 돈은 골목 곳곳의 ‘편의점’으로 흘러들었고, 이제는 전국을 잇는 촘촘한 물류망을 기반으로 한 ‘수취 소비’(집에서 받아보는 소비)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그는 “돈은 그냥 흐르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저수지에 머물다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며 “시대마다 유통의 흐름을 결정짓는 핵심은 입지와 인구 이동, 물류, 취향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을 지배하는 기업들의 공통점으로 ‘오랜 시간 축적된 신뢰’를 꼽았다. 전국 1300여 개 매장을 거느린 올리브영이 대표적이다. 수년간 쌓아온 브랜드 신뢰를 바탕으로 소비자 접점을 넓히며 시장을 장악했다는 설명이다.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가 럭셔리 소비의 상징이라면, ‘올다무’(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는 MZ세대의 소비를 이끄는 대표 유통 강자로 자리 잡았다.

김 부회장은 “올리브영은 대기업의 견제 속에서도 10여 년간 경쟁력을 쌓아왔다”며 “중소·신생 브랜드를 발굴하는 ‘인큐베이팅 MD(상품기획자)’ 시스템을 구축해 K뷰티를 이끄는 대표 플랫폼으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시장을 지배하는 또 다른 전략으로는 ‘효율’을 꼽았다. 유니클로는 효율의 가치를 가장 잘 활용한 기업이다. 히트텍과 후리스(양털 소재 의류)를 앞세워 합리적인 가격에 기능성과 품질을 제공하며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차별화된 강점을 구축한 기업이 결국 시장의 승자가 됐다”고 부연했다.

그는 유통의 경쟁력은 고객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봤다. 유통 산업에서는 인간을 호모 콘스무스(Consumus·소비하는 인간)로 읽어야하며, 소비자가 어디에서 지갑을 여는지가 축적돼 다음 시대 소비의 흐름을 결정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부회장은 고객을 ‘요람에서 무덤까지’ 붙잡는 것이 유통의 핵심이라고 봤다. 그는 “이제는 매장을 늘리는 데서 벗어나 고객의 라이프타임 밸류(LTV·고객 생애 가치)를 높이는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인공지능(AI) 시대에는 고객 데이터를 세분화해 취향을 정교하게 분석하고 활용하는 전략지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AI가 검색·비교·결제해주는 시대 성큼

유통의 미래는 소비자 대신 AI가 상품을 검색하고 비교해 결제까지 처리하는 ‘에이전틱 커머스’ 시대로 향하고 있다. 다만 AI 시대의 승자가 누가 될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과거 유통 시장의 역사를 보면 시장을 처음 연 기업보다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시기를 포착한 기업이 승자가 된 사례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초기 인터넷 쇼핑 시장은 인터파크가 열었고, 오픈마켓 시대에는 G마켓이 급성장했다. 이후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쿠팡이 이커머스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김 부회장은 “인터넷 쇼핑과 모바일 쇼핑의 성장 과정이 보여주듯 유통은 최초보다 타이밍이 중요하다”며 “시스템 구축에 과도하게 투자하기보다 시장이 성숙하는 시점을 읽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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