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이수연, 서울대공원을 바꾸다' (한숲 제공)
경직되고 고여 있기 쉬운 공직 사회에서 한 공무원이 일궈낸 창의적인 혁신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탁상행정에서 벗어나, 현장을 발로 뛰며 시민의 행복을 위해 공간을 통째로 바꾼 생생한 기록이 책으로 나왔다.
2021년 1월 부임한 이수연 전 서울대공원장은 늘 푸르기만 해서 자칫 지루할 수 있었던 서울대공원을 사계절 정원의 향연이 펼쳐지는 '혁신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이 책은 화려한 정원들을 소개하는 흔한 안내서가 아니다. 거대한 녹지 공간을 변화시키기 위해 조직의 체질을 바꾸고 시스템을 혁신해 나간 치열한 '과정'을 담은 행정 지침서에 가깝다.
스스로를 공공의 도움으로 성장한 사람이라 말하는 저자는 시민을 향한 봉사 정신을 바탕으로 혁신을 이끌었다. 그의 혁신은 책상 위가 아닌 현장에서 시작됐다. 그는 문제점을 찾고 숨겨진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해 매일 2만 보씩 공원 구석구석을 걸으며 관찰했다. 직접 눈으로 확인한 사실을 바탕으로 행정을 추진했기에 서울대공원의 변화는 더욱 강력한 힘을 가질 수 있었다.
그는 시대를 읽는 감수성과 유연한 태도가 공무원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라고 강조한다. 새로운 지식과 타인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삼아야 세상의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말만 앞서는 구호는 변화를 만들지 못하며, 제도와 공간, 사람의 언어가 동시에 바뀌고 시민이 삶에서 직접 느껴야 진정한 변화라는 원칙을 몸소 증명해 냈다.
내용은 시설을 혁신한 이야기를 담은 1부, 꽃의 숲 프로젝트를 다룬 2부, 감성의 힘을 강조한 3부로 구성됐다. 시설과 프로그램을 조화롭게 다듬는 실천적 순서를 보여준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연을 갈망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해외의 선진 도시 디자인 트렌드와 치유 요법을 서울시의 정책과 영리하게 결합해 낸 대목이 흥미롭다.
이 책은 철저한 현장 조사와 명확한 철학, 그리고 시대의 흐름을 읽는 눈이 합쳐질 때 어떤 기적이 일어나는지 잘 보여준다. 공무원뿐만 아니라 조직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싶은 모든 리더에게 필요한 혁신의 방향을 알려주는 교과서다.
△ 공무원 이수연, 서울대공원을 바꾸다/ 이수연 글/ 2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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