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선악의 발명'
'선악의 발명'은 협력의 탄생에서 정치적 양극화까지 500만 년에 걸친 도덕의 역사를 따라가며 선과 악의 기준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짚는다. 저자 하노 자우어는 공감과 호혜만으로는 인간 도덕을 설명할 수 없다고 보고 처벌, 규범, 불평등, 개인주의가 겹쳐 형성한 도덕의 계보를 오늘의 문화 전쟁까지 이어 읽는다.
쇼츠와 릴스의 미담은 선행의 전파인지 보여 주기식 행동인지, 좌우 대립은 왜 쉽게 봉합되지 않는지가 저자를 붙든 화두였다. 보편적 가치가 사라진 듯한 시대에 함께 살기 위한 규칙이 어디서 왔는지 묻고, 선과 악의 판단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바뀌었는지 되짚는다.
첫 장은 500만 년 전 협력의 진화에서 시작한다. 인간은 소규모 집단에서 살아남기 위해 협력했지만 그 협력은 저절로 굴러가지 않았고, 무임승차자를 가려내는 제재와 처벌이 곧 도덕의 일부가 됐다고 본다. 2장은 50만 년 전 사회적 제재와 징벌 본능이 어떻게 뿌리내렸는지 더듬는다.
3장은 사회적 학습과 문화적 진화가 지식과 도덕을 함께 묶는 과정을 따라간다. 누구를 믿을 수 있느냐는 판단이 공유된 가치와 규범에 기대면서 집단 지향성이 강해졌고, 문화는 공동체를 넓히는 힘인 동시에 의존성과 종속성도 낳았다는 식이다.
4장은 농업혁명과 인구 증가가 평등주의 성향 위에 위계와 불평등을 세운 과정을 다룬다. 5장은 친족 네트워크가 약해지고 혈연 밖 협력이 커진 장면을 짚으며, 정치와 경제가 혈연에 덜 기대게 되면서 분석적 사고와 도덕적 개인주의가 자라났다고 본다.
20세기를 다룬 6장은 권리를 잃은 사람을 보호하려는 감각이 확장된 시기로 읽는다. 마지막 7장은 사회정의 담론의 과열, 언어 규칙을 둘러싼 충돌, 정체성 정치와 문화 전쟁을 현재의 도덕 위기로 묶으며 '우리'와 '저들'의 선 긋기가 어떻게 격화하는지 보여준다.
저자는 도덕을 선한 본성의 단순한 증거로 보지 않는다. 협력은 배제를 낳고, 신뢰는 종속으로 이어지며, 부의 생산은 불평등과 착취도 낳는다는 역설을 함께 본다. 도덕의 역사가 직선적 진보가 아니라 제도, 기술, 지식, 경제 형태와 맞물려 흔들려왔다는 주장이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에서 윤리학을 가르치는 하노 자우어는 도덕심리학과 메타윤리학을 바탕으로 사회심리학, 신경과학, 인지과학의 데이터를 끌어온다. 이 책은 독일 논픽션상과 트락타투스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이코노미스트' 올해의 책, '슈피겔'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 '선악의 발명'/ 하노 자우어 지음/ 김태한 옮김/ 4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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