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작가 썸머가 포착한 이태원 게스트하우스의 교차로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6월 24일, 오전 09:01

[신간] '썸머의 게스트하우스 일기'

'썸머의 게스트하우스 일기'는 서울 이태원 게스트하우스에 모여든 여행자와 이웃들의 사연을 따라 이 도시의 낯선 얼굴과 생활의 온도를 함께 짚는다. 저자 썸머는 7년 동안 숙소를 운영하며 마주한 소동과 우정, 편견과 환대를 유머와 관찰로 엮어 서울살이의 기록으로 풀어낸다.

초반을 끌고 가는 것은 게스트하우스에 쌓인 사건들이다. 상상을 넘는 객실 훼손, 혈서, 버터로 뒤범벅된 바닥, 피를 뒤집어쓴 채 쓰러진 손님 같은 장면이 이어지지만 서술은 공포보다 일상의 감각에 가깝다. 청소도우미 여사님의 "이까짓 게 뭐라고"라는 한마디는 이런 소동을 버티는 숙소의 리듬을 압축한다.

한 공간에 모인 사람들의 사연은 에피소드가 아니라 서울의 단면으로 번진다. K-팝 팬과 아티스트, 재미교포와 입양인, 북한 이주민, 휴가 나온 군인, 서울 나들이에 나선 어르신까지 서로 다른 삶의 궤적이 한남동 언덕의 숙소에서 스친다. 낯선 여행지의 숙소가 사람들의 임시 거처를 넘어 각자 이야기를 내려놓는 장소로 바뀌는 지점이 이 책의 중심에 놓인다.

목차는 '안녕, 게스트하우스'부터 '우당탕탕 게스트하우스 일상',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사람들', '세상에 이런 일이',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 '편히 쉬어요'까지 여섯 장으로 짜였다.

첫 손님과 청소도우미 여사님, 노르웨이 청년, 북한 청년, 반지하방 아저씨 같은 인물들이 장마다 전면에 나서며 공간의 분위기를 바꾼다. 목차를 따라 사건을 늘어놓기보다 인물 하나가 남긴 흔적을 다음 인물의 이야기로 넘기는 방식이 두드러진다.

대표 장면은 기괴한 소동에만 머물지 않는다. 생모를 찾으러 한국에 온 입양인 청년, 해녀 출신 노부부의 서울 여행, 성소수자 여행자에게 쉼터가 되는 순간처럼 누군가의 사정을 오래 바라보는 기록이 이어진다. 서울의 화려한 이미지보다 이 도시를 통과하는 사람들의 체류 경험과 감정의 밀도가 앞선다.

유머는 이 책의 중요한 문장 전략이다. 버블티 얼룩과 타피오카 펄을 두고 "펄 사체가 방치된 지 최소 사흘은 됐군!"이라고 판단하는 대목이나 반려견 규정을 비껴가려는 손님들의 해프닝은 웃음을 만든다. 그 웃음은 곧 편견, 계급 감각, 타인에 대한 오해를 돌아보게 하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이 기록이 한국에 옮겨진 배경에는 온라인 독자 반응도 있다. 썸머가 SNS에 연재한 글은 스레드에서 10만 팔로워의 호응을 얻었고 대만에서 먼저 책으로 묶였다. 이번 한국어판은 2026 대만 문화부 번역지원사업 선정도서로 나왔다.

저자 썸머는 대만에서 온 여성으로 서울에서 7년간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해왔다. 한국과 대만을 오가며 살고 일한 경험이 문장 곳곳에 스며 있고, 한국어판에는 허유영이 번역자로 이름을 올렸다. 김혼비 작가의 추천사는 이 책이 웃음과 울음을 함께 남긴다는 인상을 짧게 보탠다.

△ '썸머의 게스트하우스 일기'/ 썸머 지음/ 허유영 옮김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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