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면 어떻게든 되더라"…사라지는 광고 기획안과 남는 하루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6월 24일, 오전 09:01

[신간] '물거품에 거품 물지 않기'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모두가 할 수 없는 성실함. 그것은 내가 어디서든 잘해나갈 수 있는 밑천이라 생각한다." '물거품에 거품 물지 않기'는 결과가 쉽게 사라지는 일터에서 출근을 이어가는 사람의 불안과 성실함을 정면으로 다룬다. 저자 이시은은 광고업계 24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물거품처럼 흩어지는 열정 앞에서도 하루를 버티게 하는 낙관의 감각을 짚는다.

한 번 쓰이고 사라지는 기획안, 이름이 남지 않는 결과물, 밤샘과 마감이 겹치는 사무실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저자는 화려한 성공담보다 일의 흔적이 쉽게 지워지는 환경에서 무엇이 사람을 다시 자리로 돌아오게 하는지 묻는다.

사라지는 결과물 앞에서 버티는 마음
광고는 짧으면 15초, 길어야 30초 안에 끝난다. 하지만 그 짧은 결과물 뒤에는 피드백과 수정, 일정 압박과 경쟁 프레젠테이션이 이어지고, 공들인 작업이 통째로 사라지는 허무도 남는다.

저자는 이런 조건을 특별한 업계의 비사로 포장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카피 하나 없이 시작한 일이었어도 오래 버틴 시간 자체가 직장 생활의 실체였다고 정리한다.

그 버팀목은 낙천주의보다 더 마른 형태의 확신에 가깝다. 뜻대로 풀리지 않는 날에도 걱정을 없애기보다 조금 줄이고, 닥치면 결국 해내게 된다는 감각을 조금 키우는 쪽을 택한다.

작은 피난처와 1밀리미터의 전진
책은 거창한 해법 대신 몸을 오래 지키는 생활 기술을 꺼낸다. 회사 책상 위에 놓는 작은 피난처, 일에서 잠시 비켜서는 취향, 하루를 완전히 망치지 않게 붙드는 사소한 습관이 그 기술이다.

이시은은 그 감각을 1밀리미터의 움직임으로 표현한다. 눈에 띄는 도약이 없어도 서체 하나를 맞추고, 문장 하나를 다듬고, 다음 날 다시 출근하는 행위가 조금씩 삶을 옮겨 놓는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무던함에 대한 재평가도 들어 있다. 책은 예민한 재능보다 오래 도는 팽이 같은 둔하고 단단한 지구력이 일과 생활을 함께 버티게 한다고 본다.
[신간] '물거품에 거품 물지 않기'

성실함을 재능으로 다시 본다
후반부로 갈수록 성실함은 반복 노동의 미덕이 아니라 저자가 스스로 확보한 능력으로 제시된다. 누구나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오래 유지하기 어려운 힘이라는 것이다.

이 시선은 업계 사람들에 대한 태도로도 이어진다. 저자는 사람이 하는 일이고 모두가 자기 이름에 먹칠하지 않으려 한다는 믿음 위에서, 일이 어긋나는 순간에도 타인을 완전히 불신하는 쪽으로 기울지 않는다.

성과가 바로 보이지 않아도 허사가 아니라는 생각 역시 같은 맥락에 놓인다. 공들인 시간이 당장 보상으로 돌아오지 않더라도 실패와 시행착오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그것이 나중의 버팀목으로 쌓인다고 본다.

이 책을 쓴 이시은은 누적 방문자 77만 명의 블로그 '그녀는, 코피라이터'를 운영해왔고 하우즈컴, 휘닉스컴, 실버불렛, TBWA, 이노션, 오버맨을 거쳐 지금은 프리랜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한다.

△ '물거품에 거품 물지 않기'/ 이시은 지음/ 268쪽

[신간] '물거품에 거품 물지 않기'




art@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