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인류를 진화시키다"…'호모 스투펜시스'의 330만 년 대장정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6월 25일, 오전 08:14

'거의 모든 물건의 역사' (부키 제공)

우리가 매일 쓰는 스마트폰부터 매가네 집안에 가득한 가구까지, 인간은 왜 이토록 많은 물건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을까. 인류의 역사를 바꾼 진짜 주인공은 유전자가 아니라 바로 인간이 만들어낸 '물건'이라는 흥미로운 진화 인류학 책이 독자들을 찾는다.

미국 덴버자연과학박물관에서 인류학 연구를 이끌던 칩 콜웰은 누나에게서 "우리는 왜 이렇게 물건을 많이 갖고 살까"라는 소박한 질문을 받고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역사와 고고학, 심리학 등 다양한 지식을 엮어 인류가 물건의 노예가 된 과정을 한 권의 책으로 풀어냈다.

저자는 인류가 물건을 통해 세 번의 거대한 도약을 이뤄냈다고 설명한다. 첫째는 돌을 깨서 도구를 만들며 뇌를 발달시킨 시기다. 둘째는 조각상이나 장신구 같은 물건에 종교적 의미를 담으면서 마음과 사회를 넓혀간 단계다. 셋째는 산업혁명 이후 대량 생산으로 물건이 넘쳐나는 지금의 풍요로운 세상이다. 저자는 현대 인간을 물건으로 자신을 증명하는 '호모 스투펜시스'(물건의 인간)라고 부른다.

그동안 많은 학자가 인간의 뛰어난 지능이 문명을 만들었다고 말해 왔다. 하지만 이 책은 정반대의 시각을 던진다. 날카로운 돌칼이 있었기에 고기를 먹으며 인류의 뇌가 커졌고, 복잡한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인간의 신경계가 기계와 하나가 되도록 진화했다는 뜻이다. 인간이 도구를 도구로서 지배한 것이 아니라, 도구에 맞춰 인간의 몸과 행동이 바뀌어 온 셈이다.

저자는 이제 인류에게 네 번째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경고한다. 미국 평균 가정의 물건 수가 30만 개에 달할 정도로 지구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우리가 이제는 끝없는 소유욕에서 벗어나 물건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야만 지구와 인간이 모두 살아남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 책은 우리가 왜 쇼핑에 집착하고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지 그 근원적인 이유를 인류학이라는 거울을 통해 보여준다. 환경 보호에 대한 역설은 물론, 내가 가진 물건들이 곧 나의 정체성을 만든다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 거의 모든 물건의 역사/ 칩 콜웰 글/ 김병화 옮김/ 456쪽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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