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공산당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는 빚과 실패 끝에 셰어하우스 공산당으로 들어간 청년의 동선을 따라 돈이 사람의 삶을 어떻게 밀어내는지 묻는다.
장편소설 '공산당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는 빚과 실패 끝에 셰어하우스 공산당으로 들어간 청년의 동선을 따라 돈이 사람의 삶을 어떻게 밀어내는지 묻는다. 최현유는 간첩 의심과 공동생활 소동을 엮어 자본에 상처 입은 인물들이 서로를 구하는 과정을 블랙코미디로 밀어붙인다.
주식 투자에 실패해 거액의 빚을 떠안은 나눔은 삶의 끝을 생각하던 순간 '공산당 초대장'을 줍는다. 다음 날 눈에 들어온 '간첩 신고 포상금 20억' 문구는 그 종이 한 장을 전혀 다른 의미로 바꾼다. 나눔은 공산당을 간첩 조직이라 확신한 채 직접 들어가 증거를 찾기로 한다.
공동 노동·공동 분배의 셰어하우스
그가 발을 들인 셰어하우스 공산당은 사유재산 철폐와 공동 노동, 공동 분배를 내세운다. 농업을 기본 생산 활동으로 삼고 공동 소득과 개별 소득을 나눈다는 규칙은 낯설지만 일관돼 있다. 무엇보다 창시자의 정체를 궁금해하지 말라는 조항이 나눔의 경계심을 더 키운다.
집 안의 인물들도 모두 돈 때문에 비틀린 삶을 견디다 이곳에 모였다. 아이돌 연습생 생활 끝에 초대장을 받은 청연, 도망 끝에 셰어하우스로 흘러든 보담, 거대 자본의 술수 속에서 창업이 무너진 개발자 용미, 자기 사연을 좀처럼 꺼내지 않는 명오가 그 축이다. 나눔은 이들의 상처를 헤아리기보다 먼저 각자에게 간첩 역할을 배당하며 의심을 키워간다.
바깥에서 연락을 주고받는 '저스티스'의 존재는 이 소설의 긴장과 희극을 함께 끌어올린다. 나눔은 공동체 안에서 흔들릴수록 바깥의 판단에 기대고, 저스티스는 식구들을 직파 간첩, 고정 간첩, 동조 세력으로 분류하며 상상력을 부추긴다. 셰어하우스의 일상과 간첩 시나리오가 엇갈릴수록 이야기는 우스꽝스럽고 불온한 기류를 동시에 만든다.
패배의 기억이 만든 풍자
소설이 오래 붙드는 것은 이념보다 돈의 질서다. 나눔은 청소년 야구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실력보다 부모의 돈이 앞서는 장면을 겪은 뒤,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것은 돈이라는 확신을 품고 살아왔다. 선물 투자 실패와 빚은 그 냉소를 현재의 파국으로 끌고 온다.
용미와 나눔의 대화는 그 문제의식을 가장 날것으로 드러낸다. 가진 자는 너무 쉽게 얻고 없는 자는 하나를 가지려고 온 힘을 써야 하는 세상, 회사원도 창업자도 결국 자본의 도구로 소모될 수 있다는 감각이 인물들의 입을 통해 번갈아 튀어나온다. 돈이 꿈과 야망, 복수까지 무너뜨린다는 인식이 이 공동체를 묶는 공통분모다.
그 무거운 문제의식은 기이한 생활 장면으로 자주 비튼다. 공산당 식구들이 치킨 한 마리를 먹기 위해 감자 전분을 만들고 닭을 키우는 장면은 공동체의 철칙을 우스꽝스럽게 밀어붙이면서도, 돈으로 바로 해결할 수 없는 삶의 방식을 끝까지 실험한다. 블랙코미디의 웃음은 여기서 나오고, 그 웃음은 곧바로 결핍의 현실로 되돌아온다.
장편소설 '공산당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는 빚과 실패 끝에 셰어하우스 공산당으로 들어간 청년의 동선을 따라 돈이 사람의 삶을 어떻게 밀어내는지 묻는다.
사람이 남는 공동체의 시간
나눔의 시선이 조금씩 달라지는 지점도 생활 속 장면들이다. 새벽 흙냄새와 논밭의 작물, 청연의 노래, 보담의 담금주, 명오의 잔소리는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시간을 만든다. 포상금만 바라보고 들어온 인물이 한 식구의 감각을 익혀가는 과정이 이 소설의 감정선을 만든다.
그 변화는 간단한 화해나 교화로 처리되지 않는다. 나눔은 끝까지 의심과 애착 사이에서 흔들리고, 공산당 바깥 인물들도 셰어하우스의 균형을 계속 흔든다. 저스티스가 심어 넣은 인물, 창시자의 정체, 공산당에 모여든 돈의 존재가 한꺼번에 드러나면서 후반부는 공동체의 평화가 얼마나 취약한지 밀어 올린다.
도발적인 제목을 내세웠지만 이야기가 끝내 붙드는 대상은 체제가 아니라 사람이다. 소설은 '공산당'이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걸어 긴장을 만들고, 그 안에서 청년과 중년, 노년이 서로의 상처를 들여다보는 과정을 따라간다. 속도감 있는 잠입극과 활극이 이어지면서도 중심축은 누가 누구의 편이 되는가, 그리고 무엇이 사람을 다시 살게 하는가에 놓인다.
최현유의 시선과 장편의 결
작가는 하고 싶은 것과 먹고 싶은 것, 알고 싶은 것과 가고 싶은 곳, 그리고 쓰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으로 자신을 소개한다. 만화 '원피스'의 한 구절을 나침반 삼아 매일 글을 쓴다고 밝힌 이력은, 상상할 수 있는 일이 현실로 밀려드는 이 소설의 결을 떠받친다. 앞서 장편소설 '목숨X값', '기억을 달리는 환등열차'를 함께 펴냈다.
작품은 1부부터 8부까지 이어지며 잠입극, 생활극, 추적극의 리듬을 번갈아 쌓는다. 초반에는 간첩 의심과 규칙의 낯섦이 서사를 밀고, 중반에는 식구들의 사연과 노동의 시간이 무게를 만든다. 후반에는 돈이 다시 공동체 한가운데로 들어오며 처음의 질문을 더 날카롭게 되돌린다.
결국 '공산당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가 남기는 질문은 단순하지 않다. 돈이 모든 가치의 척도가 된 세계에서 사람은 무엇으로 버티는가, 그리고 함께 사는 일은 어디까지 가능할까를 끝까지 물고 간다. 돈 때문에 무너진 인물들이 서로의 결핍을 메우는 동안, 이 소설은 자본의 질서 바깥에서 남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묻게 한다.
△ 공산당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최현유 지음/ 368쪽
장편소설 '공산당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는 빚과 실패 끝에 셰어하우스 공산당으로 들어간 청년의 동선을 따라 돈이 사람의 삶을 어떻게 밀어내는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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