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인구가 급증하며 바야흐로 ‘국민 여가 활동’ 반열에 올랐지만, 전국 산간 계곡과 해안가 등 요지마다 우후죽순 들어선 불법·탈법·편법 야영장이 안전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 적발 시 부과하는 이행강제금이나 벌금형 등은 성수기 대목 장사를 위해 내면 그만인 관행으로 전락, 관련 법·제도를 벗어난 불법 영업 행위가 만연하고 있다.
반면 소방과 가스 및 안전 기준 준수를 위해 수억 원을 들인 등록 야영장은 오히려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 현행법상 야영장은 소방시설법에 따라 화재, 질식 사고에 대비한 방염 천막 사용, 방수용 야외 콘센트 설치, 소화기 상시 비치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 매년 수백만 원에 달하는 영업배상책임보험에도 가입해야 한다. 법망을 피한 불법 시설의 무임승차가 합법 시장의 존립 기반을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캠핑 인구가 급증하며 바야흐로 '국민 여가 활동' 반열에 올랐지만, 전국 산간 계곡과 해안가 등 요지마다 우후죽순 들어선 불법·탈법·편법 야영장이 안전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DB)
무엇보다 솜방망이 처벌과 형식적인 단속은 불법 시설을 늘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캠핑 메카’로 꼽히는 경기 가평군조차 300개가 넘는 야영장 관리·감독 공무원이 한두 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턱없이 부족한 인력으로 현장 단속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설령 단속을 나가도 사유지 진입 제한에 막히거나 영리 행위 입증의 한계에 부딪히기 일쑤다.
변칙 영업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관광진흥법상 야영장은 일반 및 자동차 야영장으로 나뉘지만 실제로는 부대시설이어야 할 글램핑, 카라반이 90% 이상 차지하며 ‘편법 숙박업’으로 변질된 상태다. 야영 시설을 형식상 1개만 남긴 채 구역 전체를 글램핑으로 채우거나 컨테이너에 바퀴만 달아 카라반을 운영하는 식이다.
심지어 최초 신고 면적을 무시하고 계곡 인접지나 낙석 위험이 있는 불법 구역으로 무단 확장하는 사례도 허다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시설 내 일산화탄소 중독사고 등은 보험 대상에서도 제외돼 피해는 고스란히 이용객이 떠안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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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에 화재 발생 시 치명적인 유독가스를 분출하는 고출력 에어컨과 전기장판, 인덕션 등 대형 전열기구를 갖췄지만, 여관이나 펜션과 달리 공인 건축물 기준을 적용받지 않아 방염, 내화 성능 검증을 받지 않아도 된다. 법 제도의 공백 속에서 매년 수백만 명에 달하는 이용객이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해외에선 불법 야영장에 대한 단속뿐만 아니라 공간 배치, 관리 주체 등에 대해 엄격한 공적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미국은 국립공원관리청(NPS)과 미국방화협회(NFPA 1194) 기준에 따라 야영장 내 텐트 간 이격 거리를 엄격히 규제하면서 화재 발생 시 연쇄 연소를 차단하는 방염 천막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독일과 아이슬란드는 화기 사용 공간과 숙박 공간 간 이격 거리를 최소 30m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일본은 야영장의 80% 이상을 지자체 등 공공에서 운영하고, 글램핑 시설에 대해선 정식 건축물 수준의 건축기준법, 여관업법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
인포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지자체의 단속 의지 부족과 낮은 처벌 수위도 탈법을 부추기는 주범이다. 현행법상 무등록 야영장 영업은 형사처벌 대상이지만 실제 법원에서 내려지는 처벌은 수백만 원 수준의 벌금형에 그친다. 성수기 주말 사흘 동안 객실을 완판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벌금보다 압도적으로 크다 보니 업주들 사이에서는 불법 영업을 지속하는 게 이득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행정관청의 고발 조치도 실효성이 없다. 재판이 진행되는 수개월 동안 불법 영업은 지속되며 그사이 사업자 명의를 바꾸는 편법으로 행정처분을 회피하는 게릴라 행태가 만연해 있다.
심창섭 가천대 교수는 “근본적인 안전 인프라를 확보하지 않으면 단 한 번의 대형 인명 사고로도 산업 전반의 성장 동력이 급격히 위축되고 국가 이미지까지 실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국회는 불법 야영장에 대한 과태료 부과 외에 전기, 수도 등을 즉시 차단하는 행정적 강제 차단 패키지 법안 도입을 추진 중이다. 단순히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행정 처분 실효성을 높여 불법 영업을 통한 기대 수익을 원천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법안엔 지자체장이 무등록 시설에 대해 폐쇄 명령을 내리고 불응 시 철거나 시설 봉인 등 행정 집행을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단속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지자체 특별사법경찰관의 수사 직무 범위에 무등록 야영장 단속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영리 목적의 미신고 숙박 행위를 입증하기 위해 예약 플랫폼의 매출 데이터나 거래 내역을 신속히 확보할 수 있도록 상시적인 단속·수사 체계를 연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 교수는 “불법 야영장의 확산은 이용객 안전을 위협할 뿐 아니라 법규를 준수하는 사업자에게 역차별을 초래해 시장의 공정 경쟁 기반을 훼손한다”며 “과태료 중심의 사후 처벌만으로는 불법 영업의 기대수익을 억제하기 어려운 만큼, 단전·단수 등 즉각적인 행정제재 수단을 법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캠핑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단속 강화와 함께 글램핑·카라반 등 새로운 야영 형태에 맞는 안전관리 기준을 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