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 이겨도 정치 목적 없으면 패배"…현대 '제한전'의 눈먼 칼날 해부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6월 26일, 오전 07:17

'미국은 왜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하는가' (부키 제공)

현대 전장에서 압도적인 무기로 무장한 강대국들이 정작 승리하지 못하고 늪에 빠지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미국이 한국전쟁을 시작으로 베트남,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서 반복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채 발을 뺀 역사적 배경에는 ‘정치적 목표의 실종’이라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군사 역사학자 도널드 스토커는 이 신간을 통해 현대 전쟁이 승리를 추구하는 대신 위기를 관리하고 현상 유지에만 급급한 소모전으로 변질됐다고 날카롭게 비판한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핵무기가 등장하면서 강대국들이 전면전을 피하기 위해 도입한 '제한전'(limited war)의 개념이 완전히 거꾸로 해석됐다고 지적한다.

현대의 전략가들은 군사력을 얼마나 쓰고 어디까지 공격할지 같은 '수단'을 줄이는 데만 골몰했다. 하지만 참된 제한전은 무기의 양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달성하려는 '정치적 목적'을 명확하게 제한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핵심 주장이다.

이러한 전략적 혼란이 처음으로 터져 나온 무대가 바로 한국전쟁이다. 미국은 처음에 대한민국을 지킨다는 목표로 참전했으나, 승기를 잡자 한반도 통일로 목표를 바꿨고, 중국군이 개입하자 다시 정전이라는 현상 유지로 목표를 후퇴시켰다. 싸우는 이유가 계속 바뀌다 보니 확실한 승리를 거두지 못한 채 지금까지도 끝내지 못한 전쟁으로 남게 됐다. 이러한 실패의 공식은 이후 미국의 모든 전쟁에서 복사판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전쟁을 시작할 때 어떻게 끝낼지, 그 이후에 어떤 평화를 만들지에 대한 밑그림이 없으면 아무리 많은 전투에서 이겨도 결국 패배한 것이나 다름없다. 최근 전 세계를 불안하게 만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지역의 피비린내 나는 분쟁 역시 패배를 피하는 데만 급급해 끝없는 소모전으로 이어지는 현대 제한전의 딜레마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칼은 날카롭지만 눈이 멀었다면 그 칼은 재앙일 뿐이다. 군사력이라는 압도적인 칼을 쥐고도 무엇을 위해 휘두르는지 모르는 현대 국가들의 모습은 위태롭기 짝이 없다. 승리의 정의조차 잊은 채 전쟁을 단순한 ‘위기 관리 체계’로 전락시킨 현대 전략가들에게 이 책은 전쟁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금 뼈아프게 되묻고 있다.

△ 미국은 왜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하는가/ 도널드 스토커 글/ 최진용·김영균 옮김/ 468쪽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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