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과 공예의 경계를 허문 매듭"…이광호 '이니셜 엔드'전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6월 26일, 오전 08:39

이광호 '이니셜 엔드'전 전시전경 (리안갤러리 대구 제공)

차가운 금속 전선과 단단한 구리판이 인간의 손길을 거쳐 살아 숨 쉬는 생명체로 다시 태어났다. 가구와 조각, 디자인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세계 미술계의 러브콜을 받아온 작가가 대구의 새로운 문화 공간을 뜨거운 장인 정신의 열기로 가득 채우고 있다.

독창적인 예술 세계로 주목받는 이광호 작가의 개인전 '이니셜 엔드(Initial End, 처음의 끝)'가 7월 25일까지 리안갤러리 대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리안갤러리가 새로 지은 전시 공간의 문을 처음으로 열며 선보이는 개관 기념 전시다.

1981년생으로 홍익대학교에서 금속조형디자인을 배운 작가는 전선이나 호스 같은 일상적인 재료를 꼬고 엮어서 독특한 입체 작품을 만들어 왔다. 에르메스나 보테가 베네타 같은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이 먼저 알아보고 협업을 제안했을 만큼 그 실력을 널리 인정받고 있다.

이광호 '이니셜 엔드'전 전시전경 (리안갤러리 대구 제공)

개관전의 주제는 시작과 끝이 꼬리를 물고 도는 역설을 담았다. 작가는 가마 속에서 뜨겁게 구워낸 구리선과 구리판을 다루며 재료를 억지로 지배하려 하지 않았다. 대신 단단한 물질이 버티는 힘을 자신의 온몸으로 받아내며 매일 자르고 다시 이어 붙이는 고단한 과정을 견뎌냈다. 정성스럽게 묶인 매듭들은 단순한 가구의 기능을 넘어 공간을 장악하는 거대한 조각품과 벽에 거는 그림 같은 모습으로 전시장 곳곳을 채웠다.

갤러리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단순히 예쁜 물건을 보여주는 공정을 넘어선다"라며 "작가가 매일 마주한 치열한 노동과 시간의 흔적을 관람객들이 눈앞에서 직접 호흡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장에서 기계로 찍어내는 매끈한 제품이 대접받는 시대에, 손가락이 부르트도록 선을 엮어낸 이광호 작가의 고집은 깊은 울림을 준다. 작가가 흘린 땀방울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매듭들은 겉보기엔 강해 보이지만 속은 한없이 부드러운 우리 인간의 모습과 참 많이 닮아 있다.작가 엮어낸 묵직한 수행의 시간은 화려한 겉치레에 가려진 현대 예술의 진짜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금 일깨워준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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