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기심이 세상을 구한다면'은 신뢰와 공정, 민주주의, 기후 위기까지 이어지는 윤리의 기준을 개인과 타인, 사회의 순서로 짚는다.
'나의 이기심이 세상을 구한다면'은 신뢰와 공정, 민주주의, 기후 위기까지 이어지는 윤리의 기준을 개인과 타인, 사회의 순서로 짚는다. 손봉호는 합리적 이기주의를 축으로 정직과 절제, 배려가 왜 지금의 삶과 제도에 필요한지 구체적 사례와 함께 풀어간다.
정직하면 손해 보고 남보다 앞서야 살아남는다는 통념은 이 책이 가장 먼저 겨누는 지점이다. 손봉호는 인간이 본능적으로 자기 행복을 먼저 생각하지만, 그 행복은 타인의 삶과 분리될 수 없다고 본다. '합리적 이기주의'는 남의 고통을 줄이는 일이 결국 자신의 삶을 지키는 길이라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책은 개인, 타인, 사회를 향한 책임으로 윤리의 좌표를 나눈다. 1장에서는 자신에 대한 책임을 앞세워 신뢰받는 사람의 조건, 능력을 찾고 키우는 태도, 절제의 문제를 다룬다. 정직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했던 저자의 경험도 이 대목에서 함께 나온다.
2장은 타인과의 관계로 넘어가 좋은 이웃의 조건을 묻는다. 책은 역지사지의 황금률을 윤리의 출발점으로 놓고, 착한 일을 하기 전에 먼저 악을 행하지 말아야 한다는 기준을 세운다. 차별대우를 거부하는 원숭이 실험은 공정과 배려가 인간의 본능적 감각과 닿아 있다는 사례로 제시된다.
3장에서는 정의와 민주주의, 이념 갈등, 기후 위기까지 시야를 넓힌다. 손봉호는 모두에게 똑같이 나누는 것만이 공정은 아니라고 보고, 최소 수혜자에게 더 큰 이익이 돌아가야 한다는 원칙을 짚는다. 누진과세 같은 제도는 이런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책이 다루는 쟁점은 고전 윤리에 머물지 않는다. 고통의 의미, 중독과 폭력, 안전불감증, AI 시대의 생존법처럼 지금의 독자가 바로 맞닥뜨릴 문제를 함께 묶는다. 변하는 시대를 설명하되 그 속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기준을 찾으려는 구성이 두드러진다.
손봉호는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이자 철학자, 사회운동가로 활동해왔다. 서울대학교에서 사회철학과 사회윤리학을 가르쳤고, 한성대학교 이사장과 동덕여자대학교 총장 등을 지냈다. 장애 아동을 위한 밀알학교를 설립하는 등 약자를 돕는 활동에도 참여해왔다.
△ '나의 이기심이 세상을 구한다면'/ 손봉호 지음/ 1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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