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수의 소설집 '캐리어'는 낯선 공간으로 떠난 인물들이 봉인해 둔 상처와 기억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작가는 발리, 교토, 이스탄불, 그라나다, 파리 등 이국의 도시와 한국 현실의 거친 풍경을 오가며 삶의 비밀이 열리는 순간을 포착한다.
한지수의 소설집 '캐리어'는 낯선 공간으로 떠난 인물들이 봉인해 둔 상처와 기억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작가는 발리, 교토, 이스탄불, 그라나다, 파리 등 이국의 도시와 한국 현실의 거친 풍경을 오가며 삶의 비밀이 열리는 순간을 포착한다.
작가는 여행을 낭만적 이동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여행지는 등장인물이 일상의 안온함 뒤에 숨겨 둔 감정적 균열을 드러내는 장소가 된다. 소설 속 인물들은 평범했으나 여행에서 마주한 것은 새로운 풍경이 아니라 오래 미뤄온 자기 자신의 진실이다.
짧게 평하자면 "인생의 블랙박스"를 개봉하는 이야기 모음집이다.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믿었던 순간, 가방 속에 보관돼 있던 기억과 감정이 봉인 해제되고 인물들은 외면해 온 과거를 다시 바라본다.
이번 소설집에는 '발리, 그 섬에서', '야夜심한 연극반', '그라나다 유기견', '그녀의 허니문 룸메이트', '목소리들', '코드 번호 1021', '비상대책위원회' 등 단편 7편이 실렸다.
표제어인 '캐리어'는 여행용 가방이면서 인물들이 삶 전체를 통해 끌고 다니는 마음의 무게이자 기억의 저장소다. 낯선 공간에서 가방을 여는 행위는 소설 속에서 오래 외면한 과거와 미처 전하지 못한 진심을 확인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한지수의 소설집 '캐리어'는 낯선 공간으로 떠난 인물들이 봉인해 둔 상처와 기억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작가는 발리, 교토, 이스탄불, 그라나다, 파리 등 이국의 도시와 한국 현실의 거친 풍경을 오가며 삶의 비밀이 열리는 순간을 포착한다.
패키지 신혼여행에 따라온 옛 애인…첫번째 작품 '발리, 그 섬에서'
첫번째 작품인 '발리, 그 섬에서'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폭풍 같은 사랑과 파국적 반전을 따라간다. 완벽해 보이는 여행이었지만 관계의 표면 아래는 등장인물의 사정이 숨어 있었다.
화자는 소설가다. 15년만에 연락한 중학교 절친은 발리 패키지 여행을 제안한다. 화자가 부드럽게 거절하긴 했지만 공짜라는 유혹에 넘어간다. 패키지 여행이라서 신혼부부 한쌍이 함께한다.
중학교 절친이 화자에게 숨긴 것이 있었다. 신혼부부의 남편은 절친의 옛 애인이었다. 잠깐 만난 사이도 아니었다. "내 첫사랑이…새엄마의 친아들이었다" 막장 드라마를 능가하는 반전이지만 화자는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누가 바다로 들어갔을까. 네가 아니라면, 신랑이 바다로 뛰어들었나? 아니다. 무엇도 확실한 건 없었다. 두 사람에게 각자의 다른 사정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발리, 그 섬에서')
한지수의 소설집 '캐리어'는 낯선 공간으로 떠난 인물들이 봉인해 둔 상처와 기억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작가는 발리, 교토, 이스탄불, 그라나다, 파리 등 이국의 도시와 한국 현실의 거친 풍경을 오가며 삶의 비밀이 열리는 순간을 포착한다.
기억과 감정의 봉인 해제…인물들은 외면해 온 과거를 마주하다
'야(夜)심한 연극반'은 교토의 서정적인 거리를 배경으로 부모의 처절한 진실과 마주하는 이야기다. '그라나다 유기견'은 죽은 연인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그라나다의 골목을 헤매는 인물의 상실과 고통을 다룬다. 낯선 도시의 풍경은 애도와 망각 사이에서 흔들리는 마음을 더 선명하게 만다.
'그녀의 허니문 룸메이트'는 튀르키예의 낯선 방에서 만난 괴팍한 노파를 통해 삶의 무게와 상처를 배워가는 이야기다. 허니문이라는 단어의 달콤함과 방 안에 축적된 삶의 흔적이 대비를 이룬다.
'목소리들'은 직장 내 미투 사건의 얼룩진 기억을 안고 파리로 도망친 인물을 내세운다. 도피처럼 보이는 여행은 결국 자신을 따라온 목소리들과 대면하는 과정이 된다. '코드 번호 1021'은 어두운 시절 남산 지하실의 단면을 고문관의 독백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개인의 기억은 시대의 폭력과 맞물리고, 침묵 속에 묻힌 죄의식이 서사의 긴장을 만든다.
'비상대책위원회'는 평택 고덕의 LH 토지공사 수용 지역을 배경으로 한다. 이국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 여행 소설들과 달리, 이 작품은 한국 사회의 냉엄한 현실과 개발의 풍경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한지수의 문장은 여행지의 감각을 세밀하게 포착하면서도 그 풍경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작가는 낯선 거리와 방, 골목, 섬을 통과해 인물들의 내면 깊은 곳에 남은 상처의 구조를 추적한다.
한지수는 경기도 평택에서 태어나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문학사상' 신인상에 중편 '천사와 미모사'로 등단했으며 장편소설 '헤밍웨이 사랑법', '빠레, 살라맛 뽀', '파묻힌 도시의 연인들', '40일의 발칙한 아내'와 소설집 '나는, 자정에 결혼했다'를 냈다.
△ 캐리어/ 한지수 지음/ 288쪽
한지수의 소설집 '캐리어'는 낯선 공간으로 떠난 인물들이 봉인해 둔 상처와 기억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작가는 발리, 교토, 이스탄불, 그라나다, 파리 등 이국의 도시와 한국 현실의 거친 풍경을 오가며 삶의 비밀이 열리는 순간을 포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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