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내면 들추기"…김도훈 '파도와 나'전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6월 26일, 오후 02:00

김도훈 '파도와 나'전 포스터 (은평문화재단 제공)

반년 동안 굳게 닫혀 있던 지역의 대표 예술 공간이 거대한 캔버스가 뿜어내는 강렬한 에너지와 함께 다시 문을 열었다. 가짜 감정과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속마음을 묵직한 붓질로 파헤친 예술가의 무대가 주민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은평문화재단(대표이사 장우윤)은 7월 18일까지 은평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서 서양화가 김도훈의 개인전 '파도와 나'를 선보인다. 이번 행사는 약 6개월 동안의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쾌적한 전문 전시장으로 변신한 은평문화예술회관 전시실의 재개관을 축하하는 첫 기획전이다.

작가는 예전 공사판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시멘트를 재료로 쓰거나 물감을 두껍게 칠해 독특한 질감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에 전시실 벽면을 통째로 채운 그의 대표작 '카무플라주'(Camouflage) 연작은 시멘트 대신 어두운 색 위에 밝은 물감을 수없이 겹쳐 발라 인간의 가식과 위선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이번 전시는 동네 작은 미술관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엄청난 크기의 대형 그림들이 전시장 전체를 에워싸고 있어 관람객을 압도한다. 작품을 어렵게 공부하고 분석하기보다 몸의 감각으로 먼저 느끼는 몰입형 전시가 특징이다.

초기 작품들은 미움과 상처가 가득해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지만, 최근으로 올수록 스스로를 돌아보며 마음이 단단해진 작가의 변화가 투영돼 색감이 한층 밝고 화사해졌다. 작가는 캔버스에 물감을 덮고 숨기려 애쓸수록 오히려 숨기고 싶었던 자신의 진짜 민낯을 더 뚜렷하게 마주하게 되는 모순이 그림 속에 녹아 있다고 설명했다.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스스로의 진짜 모습을 감추고 ‘감정의 위장막’을 치는 일은 현대인들에게 너무나 익숙한 슬픔이다. 출렁이는 파도처럼 보이는 거대한 그림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새 타인의 시선에 갇혀 지내던 나 자신의 솔직한 고백이 들려오는 듯하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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