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순수하고 우수한 말' (황소자리 제공)
북한은 최근 남한 말투를 쓰거나 퍼뜨리는 사람을 사형에 처한다는 법을 만들었다. 남한말을 외래어와 신조어가 뒤섞인 '잡탕말'이라 비난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북한 당국이 그토록 순수하다고 자랑하는 '평양문화어'의 화려한 껍데기 속에는 무엇이 들었을까. 그 안에는 오직 수령만을 찬양하는 사상 용어와 차마 입에 담지 못할 거친 욕설이 가득하다는 점을 꼬집은 책이 출간됐다.
이 책의 저자는 통일부에서 30년간 일한 북한 전문가 정소운 작가다. 1996년 통일부 입사 이후 매일 북한 노동신문을 읽으며 이 책을 준비했다. 수십 차례의 남북회담 현장에서 북한 사람들과 직접 나눈 생생한 대화도 책의 바탕이 됐다. 책은 '달린 옷'(원피스), '손기척'(노크) 같은 북한식 말다듬기의 배경부터 김일성 일가를 '태양'으로 우상화하는 북한 체제 특유의 언어 현실을 낱낱이 파헤친다.
북한 언어의 이면은 모순으로 가득하다. 내부 주민들에게는 반말도 쓰지 못하게 엄격한 언어 예절을 강요한다. 반면 남한이나 적국을 향해서는 온갖 조롱과 비속어를 쏟아낸다. 저자는 온 나라가 일제히 막말 성명을 발표하는 행위가 소설 '1984' 속 세뇌 과정과 똑같다고 지적한다.
북한 주민들은 국가가 정해준 언어에 의해 생각 자체가 구속돼 있다. 저자는 벌어지는 남북의 언어적 거리를 좁히기 위해 서로의 진짜 말법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가 강제로 통제하는 북한말과 달리 우리 남한말은 전 세계 1300여 세종학당에서 가르치는 생명력 넘치는 언어로 자라났다. 언어는 살아있는 생명체다. 인위적으로 가두고 억압하려 할수록 그 사회의 성벽에는 결국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선언했고, 한민족 동질성의 근간인 언어마저 갈라놓으려 하고 있다. 이러한 때 북한말의 민낯을 제대로 공부하고 이해하는 작은 노력은 고착화된 분단의 벽을 허무는 가장 날카롭고 유용한 무기가 될 수 있다.
△ 세상에서 가장 순수하고 우수한 말/ 정소운 글/ 4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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