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열쇠의 계절'은 고등학교 도서실에서 마주친 두 도서위원이 금고, 유서, 옛이야기 같은 수수께끼를 함께 풀며 관계를 넓혀가는 과정을 따라간다.
'책과 열쇠의 계절'은 고등학교 도서실에서 마주친 두 도서위원이 금고, 유서, 옛이야기 같은 수수께끼를 함께 풀며 관계를 넓혀가는 과정을 따라간다. 저자 요네자와 호노부는 후속작 '책갈피와 거짓말의 계절'과 맞물려 이 작품을 전면 개정하고, 여섯 편 연작단편에 청춘 미스터리의 출발점을 다시 세웠다.
호리카와 지로와 마쓰쿠라 시몬은 같은 고등학교 2학년 도서위원이다. 순진하지만 사려 깊은 호리카와와 냉소적이고 조심성 많은 마쓰쿠라는 방과 후 도서실에서 맞닥뜨린 사건들을 함께 풀어가며 서로의 성정을 드러낸다.
여섯 편에 나뉜 도서실의 사건
책은 모두 여섯 편의 연작단편으로 짜였다. 첫머리에 놓인 '913'은 도서위원 선배가 맡긴 금고 비밀번호 의뢰로 문을 열고, 이어지는 '록 온 로커'는 늦은 저녁 미용실에서 만난 낯선 사건으로 시선을 옮긴다.
'금요일에 그는 무엇을 했나?'는 형의 알리바이를 증명해달라는 부탁을 끌어오고, '없는 책'은 대출 도서 사이에 끼워진 유서를 둘러싼 사연을 좇는다. 수수께끼의 크기는 크지 않지만 학교와 책, 친구 사이에 숨은 균열을 세밀하게 건드린다.
후반부에 놓인 '옛날이야기를 해줘'와 '친구여, 알려 하지 마오'는 사건 해결보다 두 주인공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에 더 무게를 둔다. 할아버지가 남긴 열쇠와 책 속 암호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결국 상대가 감춘 마음을 어디까지 읽을 수 있는지로 번진다.
이 연작의 중심에는 성향이 다른 두 인물이 있다. 호리카와는 남의 부탁을 쉽게 외면하지 못하고, 마쓰쿠라는 상대의 말 뒤편에 숨은 속셈부터 의심한다.
두 사람의 차이는 익숙한 탐정과 조수 구도로 정리되지 않는다. 더 빨리 실마리를 잡는 쪽과 보이지 않던 사각을 먼저 건지는 쪽이 번갈아 바뀌면서, 사건을 푸는 방식 자체가 관계의 리듬을 만든다.
그래서 책의 긴장은 범인이 누구인지보다 왜 그런 말을 했는지, 거짓말의 뿌리에 무엇이 있는지에 모인다. 수수께끼를 풀어낸 뒤에도 두 사람이 서로를 완전히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 다음 장면을 끌고 간다.
후속작과 함께 손본 개정판
이번 개정판은 후속작 '책갈피와 거짓말의 계절' 출간과 함께 다시 나왔다. 처음 출간될 때만 해도 후속 이야기가 예정되지 않았던 작품이 시리즈의 출발점으로 다시 호명된 셈이다.
원문에는 이 시리즈가 일본에서 2025년 기준 누적 판매 40만 부를 넘겼다고 적혀 있다. 그 흐름 속에서 호리카와와 마쓰쿠라의 이야기는 장편 후속작으로 이어졌고, 이번 개정판은 그 연결부를 새로 다듬는 역할을 맡는다.
개정판은 '도서위원'이라는 작품의 성격을 전면에 내세운 디자인을 채택했다. 변영근 작가의 일러스트를 더했고김선영 번역가는 전문을 손질해 문장의 결을 다시 정리했다.
'책과 열쇠의 계절'은 요네자와 호노부가 '고전부'와 '소시민'에 이어 내놓은 또 하나의 청춘 미스터리다. 무대는 고등학교 도서실이지만, 관심은 사건 자체보다 십대가 서로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더 오래 머문다.
저자는 '빙과'로 출발한 뒤 '인사이트 밀', '부러진 용골', '야경', '진실의 10미터 앞', '흑뢰성' 등으로 장르의 폭을 넓혀왔다. 이력의 끝에 놓인 '도서위원' 시리즈는 정통 미스터리의 장치보다 청소년 심리와 관계의 미세한 떨림을 앞세운다.
△ '책과 열쇠의 계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3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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