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스 존슨이 간암 투병 끝에 완성한 유작…다섯 편에 담긴 죽음의 기척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6월 29일, 오전 09:01

'바다 여인의 선물'은 1992년 나온 '예수의 아들' 이후 25년 만에 나온 데니스 존슨의 두 번째이자 마지막 소설집이다.

'바다 여인의 선물'은 데니스 존슨이 죽기 직전 완성한 다섯 편의 이야기로 삶의 내리막길에 선 인물들과 죽음의 기척을 응시한다. 저자 데니스 존슨은 날렵한 유머와 냉정한 시선으로 기억의 혼선, 파멸 직전의 일상, 삶이 끝을 향해 가는 순간에도 남는 질문을 붙든다.

이 소설집은 1992년 나온 '예수의 아들' 이후 25년 만에 나온 데니스 존슨의 두 번째이자 마지막 소설집이다. 한 차례 전미도서상을 받고 두 차례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오른 그는 2017년 간암으로 투병하면서도 병상에서 원고를 다듬었고, 세상을 떠나기 직전 이 책을 마무리했다.

책에는 '바다 여인의 선물', '아이다호의 별빛', '교살자 밥', '무덤 위의 승리', '도플갱어, 폴터가이스트'까지 다섯 편이 실렸다. 각 작품은 삶과 죽음이 뒤섞인 일상에서 인물들이 맞닥뜨리는 불안과 혼선을 서로 다른 장면으로 밀어 올린다.

표제작에서는 기억이 퇴색하는 시간과 늙어가는 감각이 전면에 놓인다. '아이다호의 별빛'은 재활 시설에 머무는 알코올중독 환자의 흔들리는 의식과 환청을 좇고, '무덤 위의 승리'는 죽음을 예감하는 화자의 시선으로 생의 끝자락을 더듬는다.

인물들은 하나같이 파멸 직전이나 상실의 한복판에 서 있지만, 소설은 이들을 쉽게 동정하거나 구원으로 밀어 올리지 않는다. 대신 첫째 아내와 둘째 아내를 헷갈리는 중년 남자, 엘비스의 무덤을 파헤치는 시인 같은 기묘한 장면을 앞세워 삶이 통제되지 않는 순간을 드러낸다.

죽음은 이 책의 중심축이지만 공포나 비장미로만 다뤄지지 않는다. 기억이 사라지고 몸이 기울어도 일상은 계속된다는 사실, 그 안에서 뜻밖의 유머와 신비가 함께 남는다는 점이 다섯 편을 관통한다.

마지막 원고와 함께 남긴 "그 무엇도 건드리지 말고 있는 그대로 두어야 합니다"라는 메모는 이 소설집의 성격도 압축한다. 섣불리 정리하거나 미화하지 않은 문장은 죽음의 문턱 앞에서도 끝내 남는 감각과 질문을 그대로 밀어 넣는다.

데니스 존슨은 소설과 시, 희곡을 넘나들며 미국 문학에서 독자적인 자리를 만든 작가로 꼽힌다. '바다 여인의 선물'은 그의 마지막 문장이 어디를 향했는지, 그리고 삶의 끝에서 무엇을 끝내 놓지 않았는지를 묻는 소설집으로 남는다.

△ '바다 여인의 선물'/ 데니스 존슨 지음/ 김승욱 옮김/ 284쪽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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