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궁금한 것은 오래 앓던 병이 끝나고 듣게 되는 새소리는 어떤 것인지"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6월 29일, 오전 09:01

'어깨에 머리를 기대던 시절'은 밥과 호떡, 우거지와 물장구 같은 생활의 감각으로 사람과 사랑, 허기의 자리를 더듬는다.

'어깨에 머리를 기대던 시절'은 밥과 호떡, 우거지와 물장구 같은 생활의 감각으로 사람과 사랑, 허기의 자리를 더듬는다. 저자 고명재는 5부 57편의 시를 따라 일상의 냄새와 소리, 몸의 기억을 불러내며 두번째 시집에서 한층 넓어진 질문의 결을 밀어 올린다.

이번 시집의 첫머리에 놓인 질문은 삶의 감각이 어디에서 다시 살아나는가에 가깝다. 꽃이 향기를 내는 방식부터 늙은 소가 벼 스치는 소리를 듣는 장면, "밥은 먹고 다니는지"라고 묻는 목소리까지 사소한 사물과 일상 언어가 곧 시의 입구가 된다.

시집은 모두 5부 57편으로 짜였다. 각 편에는 범종과 학교 종, 풍경과 방울처럼 서로 다른 울림이 겹치고, 시적 리듬은 넓어진 보폭 안에서 소리와 냄새, 촉감을 함께 불러낸다.

중심에는 먹는 일과 살아내는 일이 맞닿은 감각이 놓여 있다. 뭇국과 화채, 호떡과 솥밥, 국화빵과 우산 같은 제목들은 생활의 표면을 훑는 데서 멈추지 않고 가족과 인연, 사랑의 무게를 돌아보게 한다.

구체적인 장면도 자주 등장한다. 유도 선수가 상대를 당길 때 가족이 함께 쥐는 것, 갓 나온 떡을 식칼로 썰 때 날에 남는 찰기, 우거지를 쥐고 자를 때 펼쳐지는 들판 같은 물음은 추상어 대신 몸의 감각으로 세계를 건드린다.

시집의 한 축은 사회로부터 받은 사랑의 기억과 사람의 귀함을 다시 세우는 데 있다. '휴먼시아'와 '헌화' 같은 시편에서는 누군가를 안아주고 손등을 적시던 순간, 줄기 하나를 내어놓는 마음이 조용한 문장으로 이어진다.

책 끝으로 갈수록 시선은 더 멀리 움직인다. 해남과 삼천포, 영월과 경주, 보성과 파주를 지나는 4부의 흐름은 특정 장소를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이 지나온 시간과 풍경을 함께 겹쳐 놓는다.

고명재는 202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고 2022년 첫 시집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을 냈다. 이번 책은 그 이후 약 4년 만에 내놓는 두번째 시집이자 난다시편의 열번째 권이다.

△ '어깨에 머리를 기대던 시절'/ 고명재 지음/ 124쪽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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