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전화 999. (출처: 저자가 제공되지 않았으나, Velela로 추정됨 (저작권 주장에 근거함),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1937년 6월 30일, 영국 런던에서 세계 최초의 응급 전화번호인 '999' 서비스가 시작됐다. 이는 위기 상황에서 누구나 신속하게 구조를 요청할 수 있는 현대적 재난 대응 시스템의 막을 연 계기가 됐다.
이 제도가 도입된 배경에는 1935년 11월 런던 섐폴 가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화재 사고가 있었다. 당시 화재로 여성 5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웃들이 소방대에 신고하기 위해 전화기를 들었으나 교환대 대기 줄에 밀려 연결이 지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분노한 한 시민이 일간지 타임스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 이를 계기로 정부 차원의 긴급 조사위원회가 구성되어 단일 응급 번호 마련을 논의하게 됐다.
'999'가 낙점된 이유는 기술적 편의성과 접근성 때문이었다. 당시 공중전화 구조상, 다이얼의 끝부분에 위치한 '9'는 어둠 속이나 자욱한 연기 속에서도 손가락을 끝까지 돌릴 수 있었다. 또한 기존 교환원 호출 번호인 '0'과 구별되면서도, 공중전화에 동전을 넣지 않고도 무료로 긴급 연결이 가능하도록 개조하기에 가장 적합한 숫자였다.
초기 999 서비스는 런던 중심부 반경 12마일 이내 구역에서만 시범 운영됐다. 시스템은 아날로그적이었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999로 전화가 걸려오면 교환실에 비상등이 깜빡이고 경고음이 울려, 교환원이 진행 중이던 일반 통화를 보류하고 응급 전화를 즉시 처리했다. 도입 첫 주에만 1336건의 신고가 접수됐고, 한 여성이 999를 통해 자택에 침입한 도둑을 잡는 데 성공하며 효과를 입증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이 시스템은 영국의 주요 대도시로 확대됐다. 1976년에는 영국 전역으로 전면 도입됐다.
영국의 999 시스템 성공은 전 세계에 큰 영감을 줬다. 미국은 이를 벤치마킹해 '911'을 도입했고, 유럽연합의 '112' 등 각국 특성에 맞춘 세 자리 응급 번호 제도가 정착되는 시발점이 됐다. 1937년의 비극에서 탄생한 세 자리 숫자는 오늘날 전 세계 구급 체계의 표준이 되어 수많은 생명을 구하고 있다.
acenes@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