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읽는 동안, 인간은 무엇을 하지 않는가"…생각의 외주화를 묻다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6월 30일, 오전 09:04

[신간] '읽지 않는 사람들'

'읽지 않는 사람들'은 AI가 인간의 읽기를 대신하는 시대를 정면으로 다루며 읽기 능력을 넘겨줄 때 무엇을 잃는지 묻는다. 저자 나오미 배런은 텍스트를 빠르게 처리하는 기술의 편의 뒤에서 판단력과 공감, 사회적 연결까지 흔들릴 수 있다고 짚는다.

지난 5000년 동안 인간은 유일한 '읽는 종'으로 살아왔다. 책은 이 오랜 시간을 바탕으로 읽기가 지식 습득을 넘어 비판적 사고와 공감, 판단을 길러온 핵심 행위였다고 다시 세운다.

배런이 주목하는 변화는 AI가 텍스트를 대신 읽고 요약하는 일이 일상으로 들어왔다는 점이다. 학생은 과제를, 직장인은 문서를, 연구자는 자료를 기계에 맡기기 시작했고 읽기의 빈자리는 생각의 외주화로 이어진다.

책은 이런 흐름을 '텍스트포칼립스'라는 말로 압축한다. 기계가 쓰고 읽은 언어가 표준이 되고 인간의 문장이 예외처럼 밀려나는 순간, 효율의 이면에서 인간 지능이 퇴화할 수 있다는 경고다.

저자는 AI의 읽기와 인간의 읽기를 같은 선에 놓지 않는다. AI가 패턴과 확률을 바탕으로 문장을 이어 붙인다면 인간은 다른 텍스트와 경험, 대화의 기억을 끌어와 의미를 구성하고 무엇을 믿을지 스스로 판단한다.

이 차이는 책의 여러 장면에서 반복해 드러난다. LLM이 방대한 데이터를 먹고 자라는 구조, 저작권 분쟁과 데이터세트 논쟁, AI가 읽기 도구를 넘어 새로운 도서관처럼 기능하는 변화가 한 축을 이룬다.

판단을 위한 읽기에서는 채용과 대학 입시, 업무 검토처럼 이미 속도 경쟁에 내몰린 현장을 끌어온다. 보고서와 자기소개서를 AI가 쓰고 또 다른 AI가 읽는 구조가 자리 잡을수록, 정확성과 편향 문제를 누가 감당할지라는 질문도 더 무거워진다.

자발적 읽기와 사회적 읽기 대목에서는 문학 독서가 공감과 연결을 넓혀온 과정을 짚는다. 직접 읽는 경험을 건너뛴 채 요약과 대체 읽기에만 기대면 타인의 감정과 맥락을 따라가는 힘도 함께 약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후반부는 읽기 능력이 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능력이라는 점으로 돌아온다. 메릴랜드대학교 아메리칸대학교 언어학 명예교수인 배런은 기술을 거부하자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기계에 맡기고 무엇은 인간이 끝까지 붙들어야 하는지 다시 가려야 한다고 말한다.

△ '읽지 않는 사람들'/ 나오미 배런 지음/ 전병근 옮김/ 412쪽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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