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균이 꼽은 '세상 최고의 음식'은?…국중박이 차린 '우리들의 밥상'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6월 30일, 오후 01:45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곱게 찧은 쌀로 죽을 끓이는데, 반쯤 익었을 때 방풍 싹을 넣는다. 그것이 끓기를 기다려서 차가운 사기 주발에 옮겨 담았다가 반쯤 식으면 그것을 먹는다. 달콤한 향기가 입에 가득하여 사흘이 지나도 스러지지 않는다. 세상에서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음식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3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한국인의 삶과 자연이 담긴 밥상의 의미와 가치를 조명하는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언론공개회를 갖고 무령왕릉 출토 그릇 일괄 등 420여 건 유물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립중앙박물관은 3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한국인의 삶과 자연이 담긴 밥상의 의미와 가치를 조명하는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언론공개회를 갖고 무령왕릉 출토 그릇 일괄 등 420여 건 유물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길동전의 저자로 잘 알려진 허균(1569~1618)은 유배지에서 귀양살이를 하던 중 자신이 맛있게 먹었던 전국의 별미를 떠올린다. 그는 수저 대신 붓을 들어 강릉의 방풍죽과 보은의 대추, 한강의 뱅어, 나주의 무, 제주의 전복 등 맛볼 수 없는 음식을 글로 그리워했다.

허균이 솔직하게 써내려간 문장들엔 당시 사람들이 계절마다 즐겼던 음식들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처럼 시대를 넘나드는 우리 밥상의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은 전시가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오는 7월 1일부터 10월 25일까지 한국 식문화를 종합 조명하는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을 개최한다. 51개 기관이 협력하고 488건 684점(보물 5건 5점, 국가민속문화유산 2건 6점)의 전시품을 한자리에 모은 역대급 규모다. 세계인이 주목하는 K푸드의 뿌리를 조명한 국내 최초의 식문화 종합 전시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30일 언론 공개회에서 “농업, 역사, 고고, 미술, 인류, 민속, 문학이 어우러지는 한국 문화사 전시라고 할 수 있다”며 “K푸드의 뿌리이자 우리가 매일 너무 당연하게 마주해 온 삶의 가장 가까운 풍경을 다시 보고, 우리의 밥상이 이 땅의 자연과 밥을 하늘로 여겨온 옛사람들의 노력 위에 있다는 것을 느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이종구의 작품 ‘밥상’과 박목월의 시 ‘소찬’으로 시작된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밥상을 떠올리게 하면서 전시의 화두를 던진다.

1부의 주인공은 우리 밥상에서 가장 중요한 ‘밥’이다. 3000년 전 불탄 볍씨(여주 혼암리·청동기시대), 무령왕릉의 숟가락과 젓가락, 5·7·9첩 상차림을 보여주는 양반가 조리서 ‘시의전서’, 96종 국물 요리 레시피를 담은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등을 볼 수 있다.

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3~4세기 부산 기장군 고촌리 출토 도마와 박수근(1914~1965)의 ‘도마 위의 굴비’를 함께 연출해, 밥상을 차리는 손길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는 걸 보여준다.

김홍도(1745~1806 이후)의 ‘주막’과 ‘새참’, 김득신(1754~1822)의 ‘강가에 모여 먹고 마신다’ 등 보물 3점도 나란히 전시된다.

어머니와 함께 한 정조의 8일간 일상식을 담은 ‘원행을묘정리의궤’(1797), 헌종의 할머니 순원왕후의 육순을 기념한 잔치 장면을 담은 ‘통명전에서 열린 왕실 잔지’(1848) 등 왕가의 생활상도 엿볼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3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한국인의 삶과 자연이 담긴 밥상의 의미와 가치를 조명하는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언론공개회를 갖고 무령왕릉 출토 그릇 일괄 등 420여 건 유물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립중앙박물관은 3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한국인의 삶과 자연이 담긴 밥상의 의미와 가치를 조명하는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언론공개회를 갖고 무령왕릉 출토 그릇 일괄 등 420여 건 유물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2부 주제는 ‘팔도 밥상, 계절 밥상’이다. 자연에서 찾은 식재료와 식재료를 활용해온 기록을 담았다.

17세기 조선 미식가라 할 수 있는 허균의 음식품평서 ‘도문대작’, 윤용(1708~1740)의 ‘나물 캐기’, 박수근의 ‘봄’ 등을 통해 옛날 식문화를 조명한다.

야외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풍경이 담긴 성협의 ‘고기 굽기’, 신라 서봉총에서 출토된 해산물 담긴 항아리 등 식재료에 담긴 이야기도 풀어낸다.

우리 음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발효와 양념에 대해서도 다룬다. 가장 오래된 메주의 원형으로 추정되는 3~5세기 불탄 콩 덩어리, 젓갈을 사용한 김치 조리법이 담긴 가장 오래된 조리서 ‘주초침저방’(16세기), 고려시대 강화도에 보낸 달콤한 선물이었던 꿀이 담긴 청자 매병 등 우리 밥상의 밑바탕을 이룬 양념의 긴 역사를 짚는다.

장욱진(1917~1990)의 ‘독’, 고려인 3세 화가 변월룡(1916~1990)의 ‘어머니’ 속 옹기는 한국적인 정서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선 배우 류수영이 주요 전시품 21점에 대한 이야기를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들려준다.

주영하(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정혜경(호서대 명예교수), 문정훈(서울대 교수), 이욱정(다큐멘터리 감독), 강민구(국내 유일 미슐랭 3스타 밍글스 레스토랑 오너 셰프), 정관 스님(백양사 천진암 주지), 조희숙(한식공간 대표), 조은희·박성배(온지음 맛공방 객원위원) 등 전문가 9인의 인터뷰도 영상으로 만날 수 있다.

이진민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음식이 없는 음식 전시의 한계를 넘기 위해 영상, 소리, 체험 등 다감각적 요소를 배치하고자 했다”며 “K푸드 뿌리인 밥상의 의미를 조명하며, 매일 마주하는 밥상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메시지를 던지고자 했다”고 밝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3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한국인의 삶과 자연이 담긴 밥상의 의미와 가치를 조명하는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언론공개회를 갖고 '놋반상기'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립중앙박물관은 3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한국인의 삶과 자연이 담긴 밥상의 의미와 가치를 조명하는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언론공개회를 갖고 '놋반상기'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