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편집'은 한국 사회가 당연한 유산처럼 받아들여온 전통을 현재의 관점에서 다시 묻는다.
'전통의 편집'은 한국 사회가 당연한 유산처럼 받아들여온 전통을 현재의 관점에서 다시 묻는다. 저자 최범은 전통이 과거의 원형이 아니라 근대의 필요와 욕망 속에서 편집된 산물이라는 문제의식을 밀어 올린다.
책은 전통을 고정된 과거가 아니라 현재가 선택하고 배열한 결과로 본다. 수문장 교대식처럼 과거의 재료를 쓰더라도 관광과 같은 현재의 필요에 맞춰 재구성됐다면 그것 역시 전통이라는 주장이다.
이 문제의식은 "전통을 편집하라!"라는 서론에서 선명해진다. 저자는 한국인이 전통이라 부르는 대상이 누구를 드러내고 무엇을 욕망하는지 따져 보며, 전통을 둘러싼 믿음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추적한다.
1부에서는 '국풍 81'과 '한국적 디자인', 한복, 기념품 같은 사례를 끌어와 전통문화의 표상이 어떤 방식으로 구성됐는지 비판적으로 읽는다. 전통 소재와 현대 기법의 결합이 한국 근대의 혼종성을 드러낸다고 저자는 주장했다.
한복을 둘러싼 논의는 이 책의 문제의식을 더 날카롭게 보여준다. 한복을 민족의 숭고한 상징으로만 묶기보다 놀이와 해방의 대상으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주장, '제대로'보다 '제멋대로' 입는 미래를 말하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2부와 3부는 문화재, 문인화, 백자, 지화, 패턴 작업, 류종대 같은 사례를 통해 전통을 현대적으로 읽고 새롭게 창조하는 길을 모색한다. 재료 변화가 형태를 바꾸고, 전통은 순응과 위반, 융합과 혼종의 과정 속에서 다시 만들어진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책의 밑바닥에는 복고주의 비판이 놓여 있다. 과거를 이상화한 그림으로 현재를 재단하는 태도는 허위의식에 머물 수밖에 없고, 전통은 과거에 무엇이었는지보다 지금 어떤 의미를 갖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최범은 홍익대 산업디자인과와 대학원 미학과를 졸업한 문화평론가다. '월간 디자인' 편집장과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예술감독 등을 지냈고, 디자인·공예·미술 비평과 한국 근대 연구를 이어왔다.
결국 이 책이 남기는 질문은 전통을 지킬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 있게 만들 것인가에 가깝다. 무비판적 숭배와 복고주의를 걷어낸 자리에서 동시대의 생활양식에 맞는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이 책 전반을 관통한다.
△ '전통의 편집'/ 최범 지음/ 2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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