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안녕 신'
이 소설의 출발점은 범인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이미 제시된 이름을 받아든 뒤 남는 질문이다. 초등학교 5학년 교실에서 움직이는 소년탐정단은 누가 사람을 죽였는지보다 왜 그 이름이 지목됐는지, 그 진실이 자신들의 세계를 어떻게 흔드는지부터 마주한다.
사건은 이웃 학교 교사의 죽음, 동네 할머니의 죽음, 반 친구의 죽음으로 잇따라 번진다. 전학생 스즈키 다로는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머뭇거리지 않고 범인의 이름을 말한다.
이 설정은 통상적인 본격 미스터리의 순서를 뒤집는다. 단서를 모아 결론으로 향하는 대신 정답이 먼저 놓이고, 아이들은 그 답이 성립하는 과정과 자신들이 감당해야 할 결과를 뒤늦게 좇는다.
소설의 시선은 '소년탐정단' 아이들에게 고정된다. 사건을 좇는 이들의 호기심은 공포와 의존으로 변하고, 스즈키의 말은 장난이 아니라 일종의 신탁처럼 작동하기 시작한다.
스즈키는 구와마치 준 앞에서 "범인은 우에바야시 마모루야"라고 말하고, 이름을 들은 아이는 안도와 불안을 동시에 끌어안은 채 다음 질문으로 밀려간다.
[신간] '안녕 신'
신에게 사건을 물어보는 일이 하나의 방법처럼 번진다. 누가 진실을 알고 있는지보다 그 진실을 먼저 들은 사람이 무엇을 하게 되는지가 더 중요한 축으로 떠오른다.
화자는 스즈키를 전적으로 믿지 않으면서도 그의 지목만큼은 거짓이나 허위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적는다. 믿음과 불신이 함께 놓인 이 지점이 작품 전반의 긴장을 지탱한다.
스즈키의 미소가 악마의 표정처럼 읽힌다. 범인의 이름을 알면 갈증이 풀릴 것 같았던 기대는 오히려 더 큰 갈증으로 돌아오고, 진실은 치유가 아니라 중독에 가까운 힘으로 변한다.
책은 '소년탐정단과 신'부터 '안녕 신'까지 여섯 편으로 이어진다. 사건 수가 늘수록 교실의 균열도 커지고, 같은 장치가 반복될수록 인물들이 감당해야 할 무게는 더 선명해진다.
이 작품에서 스즈키는 설명하지도 구원하지도 않는다. 그는 범인의 이름만 말하고, 그 한마디를 받아든 아이들이 추리와 판단, 두려움을 스스로 떠안는다.
일본에서 이 작품은 제15회 본격미스터리대상을 받았고 '본격미스터리 베스트10' 1위에도 올랐다.
저자 마야 유타카는 미에현에서 태어나 교토대학교 공학부를 졸업했고, 교토대 추리소설연구회에서 창작을 시작했다. '날개 달린 어둠'으로 데뷔한 뒤 신본격 미스터리의 틀을 비트는 작가로 자리 잡았고, 2022년부터 본격미스터리작가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저자는 왜 '신'이어야 했는지에 대해 본격 미스터리의 기본 원리를 '명탐정은 절대 틀리지 않는다'에 둔다면 차라리 첫 문장부터 신이 진범을 지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은 진실을 알고 있으니 추리도 설득도 필요 없고, 남는 것은 그 절대성을 인간이 어떻게 이용하거나 악용하느냐다.
이 문제의식은 전작 '신 게임'에서 더 밀어 올린 질문과도 맞닿아 있다. '신 게임'이 신이 먼저 진실을 말해버리는 급진적 발상을 세웠다면, '안녕 신'은 그 진실을 받아든 인간의 선택과 붕괴까지 밀고 간다.
△ '안녕 신'/ 마야 유타카 지음/ 문승준 옮김/ 380쪽
[신간] '안녕 신'
art@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