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현실 이미지로 그린 불안…픽사 출신 에릭 오의 첫 소설집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7월 02일, 오전 09:01

'천사의 위스키'는 속도를 잃은 사람들과 멈춰 선 순간을 따라가며 완전한 절망도 희망도 아닌 삶의 중간 지대를 파고든다.

'천사의 위스키'는 속도를 잃은 사람들과 멈춰 선 순간을 따라가며 완전한 절망도 희망도 아닌 삶의 중간 지대를 파고든다.

저자 에릭 오는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UCLA 영화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0년 픽사 스튜디오에 합류해 '몬스터 대학교', '인사이드 아웃', '도리를 찾아서' 등에 참여했고, 단편 애니메이션 '오페라'(OPERA)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에 올랐다.

그가 이번 소설집에서 천사, 거북, 연어 같은 비현실적 이미지와 아홉 편의 서사를 겹쳐 인간의 불안과 욕망, 정체성의 균열을 짚는다.

소설집에 실린 인물들은 모두 일상에서 한발 비껴선 자리에 서 있다. 삶이 무너지지는 않았지만 기쁨이 증발한 상태, 일본의 정신과 의사 다이라 고겐이 이름 붙인 '반우울'의 감각이 작품 전체를 관통한다.

첫 작품 '등껍질'은 이유 없이 가라앉는 마음과 몸에 달라붙은 껍질의 의미를 묻는다. '운이 사라진 밤'은 AI 기반 운명 예측 플랫폼을 만들던 두 창업자를 내세워 운명론과 의지론이 부딪히는 지점을 더듬고, '타고난 이야기꾼'은 AI가 글을 쓰는 시대에 창작자의 시선을 되묻는다.

표제작 '천사의 위스키'는 한때 촉망받던 감독 정식이 심야 고속도로 갓길에서 천사를 만나는 장면에서 출발한다. 개량한복을 입은 천사와 종이컵에 위스키를 나눠 마시는 동안 삶과 죽음, 세대와 욕망, 순환의 감각이 한 장면 안에 겹친다.

다른 작품들도 선명한 장면으로 불안을 밀어 올린다. 장례식장에 선 노견을 따라가는 '무주, 숲속의 생활', 미국 소도시에서 아들의 연주회를 바라보는 이민자 엄마를 그린 '웨스털리'는 상실과 고독을 각기 다른 결로 붙든다.

마지막 작품 '연어와 케일샐러드'에는 거북이 든 수조, 반쯤 비워진 위스키 병, 주사 바늘, 미완성 공책이 한 방 안에 놓인다. 앞선 작품들에 흩어져 있던 사물과 감각이 다시 모이면서 소설집 전체를 잇는 신호처럼 읽힌다.

이번 책은 소설에 그치지 않고 음악으로도 확장한다. 각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9곡의 연주 앨범이 함께 공개되며, 7월 3일에는 낭독과 라이브 음악, 향, 안무를 묶은 프라이빗 이벤트 '천사의 위스키-감각하고 사유하는 밤'이 열린다.

△ 천사의 위스키/ 에릭 오 지음/ 276쪽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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