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움으로 슬픔을 건너다…임선우 세번째 소설집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7월 02일, 오전 09:01

[신간] '지상의 밤'

소설집 '지상의 밤'은 연인과 가족, 반려견을 잃은 자리에서 남는 감각을 따라가며 상실이 희망으로 옮겨가는 순간을 짚는다. 임선우는 물이 된 연인, 해파리가 되려는 인물, 유령으로 돌아온 개 같은 장면을 통해 '마음이 끝남'에서 '마음을 끝냄'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7편에 담았다.

이 소설집이 붙드는 감정의 중심에는 상실이 남긴 자리와 그 뒤에 이어지는 생활이 있다. 작품들은 누군가를 떠나보낸 뒤의 공백을 지우기보다, 그 공백을 안고 다음 시간을 건너는 인물들의 움직임을 앞세운다.

표제작 '지상의 밤'은 직장 내 괴롭힘과 아버지의 죽음을 겪은 수가 해파리가 되겠다고 결심하면서 시작한다. 수는 강과 희조를 만나 변신 전까지의 시간을 함께 보내고, 그 과정에서 삶의 감각을 조금씩 되찾는다.

첫 작품 '프랑스식 냄비 요리'는 권태기 끝에 물이 된 연인을 남겨둔 인물의 이별을 다룬다. '사랑 접인 병원'은 기억과 성격을 공유하려는 연인들의 선택을 통해 사랑과 결합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만두 가게 앞에는 싱크홀이 있다'는 싱크홀의 어둠에 끌리는 인물과 만두 가게 사장의 갈등을 따라간다. '동네 친구'는 오래 붙들고 있던 마음이 거리감으로 바뀌는 순간을, 구체적인 물건과 생활의 변화로 보여준다.

소설집 후반부는 한층 따뜻한 관계 쪽으로 이동한다. '한겨울 따뜻한 실내에서'는 희재와 해영, 유자의 느슨한 연대를 그려내고, '유령 개 산책하기'는 죽은 반려견 하지가 유령으로 돌아온 뒤 다시 시작된 산책을 통해 죄책감과 애도의 시간을 비춘다.

여러 작품에 반복해 나타나는 것은 상실의 고통을 다른 감각으로 바꾸려는 상상력이다. 임선우는 귀여움과 환상을 가벼운 장식으로 쓰지 않고, 무너진 마음이 버틸 수 있는 방식으로 배치한다.

임선우는 2019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소설집 '유령의 마음으로'와 '초록은 어디에나'를 펴냈다.

△ '지상의 밤'/ 임선우 지음/ 296쪽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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