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페르난두 페소아 평전'
'페르난두 페소아 평전'은 생전에 시집 '메시지' 한 권만 남기고 사후 방대한 원고로 다시 읽힌 페르난두 페소아의 삶과 문학을 따라간다. 저자 리처드 제니스는 페소아의 이명들과 시 세계, 1888년부터 1935년까지의 궤적을 함께 엮어 이 작가가 왜 뒤늦게 고전의 반열에 올랐는지 짚는다.
국내 독자에게 페소아는 대체로 '불안의 책' 저자로 익숙하다. 이 평전은 그 익숙한 입구를 지나 페소아가 무엇보다 자신을 시인으로 여겼고, 여러 이름과 목소리를 만들어 문학 안에서 다른 자아를 증식시킨 작가였다는 점을 전면에 세운다.
책은 페소아의 생애를 네 시기로 나눠 따라간다. 1부 '타고난 이방인'에서 4부 '인문주의자'에 이르기까지 유년기와 청년기, 시인으로 변모한 시간, 문명과 사유를 확장한 시기를 차례로 묶고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연보까지 덧붙였다.
리처드 제니스는 페소아 연구와 영어 번역에서 권위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저자는 '페소아상'을 받은 포르투갈 귀화 시민으로, 이 평전에서 페소아를 세계문학사에서 비교적 늦게 고전의 반열에 올랐지만 끝내 가장 독자적인 자리를 차지한 작가로 그린다.
평전이 붙드는 핵심은 이명이다. 페소아는 가명과 달리 이명을 자신의 개성 바깥에 존재하는 저자로 설명했고, 책은 알베르투 카에이루와 리카르두 레이스, 알바루 드 캄푸스 같은 인물들이 어떻게 서로 다른 시선과 문체를 이루는지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감각주의와 고전주의, 현대적 충동이 한 사람 안에서 갈라져 나온다. 카에이루의 감각 중심 시학, 레이스의 절제된 고전주의, 드 캄푸스의 예민하고 현대적인 목소리는 페소아 문학이 한 명의 작가 소개로는 닫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책은 시 세계만이 아니라 철학적 질문도 함께 끌어온다. 존재와 비존재, 사물의 본질과 변화, 하나의 실재와 복수의 존재 같은 질문들이 시의 자양분이 됐다는 설명은 페소아가 왜 문학 독자뿐 아니라 철학 독자에게도 읽혀왔는지를 뒷받침한다.
1400쪽이 넘는 분량도 이 작가의 다층성을 압축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체류기를 빼면 평생 리스본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 삶과 달리, 내면과 문학의 운동은 여러 인물을 통과하며 크게 확장됐다는 점이 책 전반에서 반복해 확인된다.
옮긴이 김한민은 포르투대학교에서 페소아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저자가 이 평전을 집필할 때 포르투갈에서 함께 지낼 만큼 페소아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해왔다. 이 책은 평생 단 한 권의 시집만 출간한 작가가 사후에 어떻게 더 넓은 문학적 좌표를 얻었는지, 그리고 그 복수의 자아가 오늘의 독서에서 무엇을 다시 묻게 하는지 남긴다.
△ '페르난두 페소아 평전'/ 리처드 제니스 지음/ 김한민, 김솔하 옮김/ 14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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