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 피우는 사람들(더봄 제공)
척박한 땅을 뚫고 피어나는 메밀의 생명력을 통해 인간의 평화와 존엄을 성찰한 신간 철학 에세이가 출간됐다.
노동 현장에서 오랫동안 실천가로 활동해온 박승흡 전태일재단 이사장의 신간 '메밀꽃 피우는 사람들'은 각자도생의 시대 속에서 우리 사회가 붙잡아야 할 공동체의 기억과 평화의 가치를 담아냈다. 전작 '박승흡의 메밀 순례기'를 집필하며 남긴 메밀에 관한 사유와 단상들을 정제해 담아낸 기록이다.
저자는 한국 농경문화에서 가장 소박한 곡식이자 대표적인 구황작물인 메밀을 단순한 음식 재료를 넘어 민중의 생명력을 대변하는 역사적 존재로 바라본다.
전국의 국숫집을 순례하며 마주한 사라져가는 삶의 풍경을 바탕으로 장터의 막국수 한 그릇에 담긴 시간과 노동의 손길, 사람 사이의 온기를 추적했다. 거창한 이론 체계를 앞세우기보다 작은 곡식 한 알을 통해 인간과 자연, 노동과 공동체의 긴밀한 관계를 담담한 문체로 풀어낸 점이 특징이다.
특히 이 책은 해월 최시형, 약산 김원봉, 시인 김남주, 늦봄 문익환, 전태일 열사 등 서로 다른 시대를 살다 간 다섯 인물의 삶을 조명한다.
저자는 메밀의 뿌리와 줄기, 잎과 꽃, 씨앗으로 이어지는 식물의 생장 과정에 이들의 시간을 대입했다. 최시형의 밥과 평등 사유, 김원봉의 행동 윤리, 김남주의 시와 사랑, 문익환의 평화, 전태일 열사의 연대 정신이 흙이라는 침묵의 공간을 통해 하나의 생명력으로 연결되는 과정을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박 이사장은 저자의 말을 통해 "이 책은 다섯 인물의 전기가 아니라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의 곁이 되고 서로의 삶을 지탱하는지, 그 질문을 따라 걸어온 시간의 기록"이라며 "사람을 향한 믿음을 놓지 않으려 한다. 메밀은 척박한 땅에서도 자라고 사람도 그렇다"고 전했다.
1962년생인 박승흡 이사장은 강원 철원 출신으로 서울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2000년 한국비정규노동센터를 설립, 우리 사회의 양극화 해소에 힘을 쏟았다. 이후 매일노동뉴스 회장 및 전태일재단 이사장 등을 맡아 노동 현실을 바꾸기 위한 연대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 메밀꽃 피우는 사람들/ 박승흡 글/ 244쪽
seulbi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