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강희수 기자]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가 지구의 지배종이 된 결정적 이유는 멸종한 다른 호모 종에 비해 월등했던 두뇌의 인지 능력이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단어도 라틴어로 ‘슬기로운 사람’을 뜻한다.
금속과 합성 고분자의 유기적 결합체였던 자동차에도 ‘지혜’를 따지는 시절이 왔다. 자동차에 불어닥친 인지 혁명은 ‘아우토 사피엔스(Auto Sapiens)’의 출현을 조심스럽게 거론하게 한다. 인류와 마찬가지로 자동차의 인지 혁명도 ‘두뇌’에서 출발하는데, 기계적 메커니즘을 차치하고 ‘두뇌’를 더 강조하는 자동차가 등장했다.
최근 BMW 코리아가 국내 시장에 출시한 ‘더 뉴 BMW iX3’는 자동차를 바라보는, 아예 다른 종류의 시선을 요구한다. 출력과 토크, 주행 질감, 안전시스템, 편의장치 등 전통적인 품질 요소들이 여전히 중요한 건 맞지만 ‘iX3’는 “차가 얼마나 더 지혜로운 지”를 봐 달라고 한다.
완전히 판이 다른 접근법은 ‘노이어 클라쎄(Neue Klasse)’로 정의된다. ‘노이어 클라쎄’는 특정 기술이나 기법이 아니다. 일종의 ‘철학’이다.
BMW는 완전히 판을 바꿔야 할 때에 이 ‘노이어 클라쎄’를 들고 나왔다. 노이어 클라쎄가 등장한다는 것은 위기이자 곧 기회의 시기가 왔음을 그들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1차 노이어 클라쎄를 실행했던 1960년대초, BMW는 파산 직전이었다. 값비싼 고급 대형 세단과 수익성이 낮은 초소형차 라인업만 갖고 있던 BMW는 기존에 없던 클래스, 즉 노이어 클라쎄를 중형 스포츠 세단이라 판단하고 대대적인 개혁에 들어갔다. 이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BMW는 기사회생했고, 그 결과물은 오늘날 3시리즈, 5시리즈, 7시리즈로 이어지는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의 원형이 됐다.
BMW가 근래 ‘2차 노이어 클라쎄’를 발동한 것은 기업이 재무적으로 위기에 처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들을 두렵게 한 것은 ‘자동차 산업의 대전환’이었다. 점진적인 진화로는 현재의 리더십을 유지할 수 없다는 대전환의 시대가 그들을 위기감에 휩싸이게 했다. 또 다시 비상경영, 즉 ‘2차 노이어 클라쎄’가 발동됐다.

그렇게 추진된 ‘2차 노이어 클라쎄’의 첫 번째 양상형 모델이 바로 ‘더 뉴 BMW iX3’다.
노이어 클라쎄의 전통으로 보면 이 차는 단순한 신모델이 아니다. 노이어 클라쎄의 철학을 보여주는 대표 주자이다. BMW 코리아도 ‘더 뉴 iX3’를 두고 ‘새로운 시대의 시작’ 즉, ‘THE FIRST OF A NEW ERA’라는 상징을 부여했다. ‘더 뉴 iX3’를 ‘노이어 클라쎄’와 동의어라 해도 과장이 아닌 게 됐다.
나아가 노이어 클라쎄, iX3에 접근하는 외부의 방식도 달라져야 했다. 디자인이나, 출력, 편의성 등에서 상품성을 찾는 건 예의가 아니게 됐다.

특별한 게 있었다. 2차 노이어 클라쎄의 핵심은 ‘두뇌’였다. ‘지혜로운 차’의 시작이다.
BMW는 이 차의 두뇌를 4개의 ‘슈퍼브레인(Superbrains)’으로 설명한다. BMW의 설명자료에 따르면 ‘4개의 슈퍼브레인이 관장하는 더 뉴 iX3의 차량 제어 시스템은 기존에 비해 최대 20배가량 강력한 데이터 처리 능력을 자랑한다’고 되어 있다. 자연계의 진화론에 비유하면 몇 만년에 걸쳐 일어날 일이 한 번에 터진 셈이다.
4개의 슈퍼브레인은 ‘종합 상황실’과 같은 개념이다. 차내 곳곳에 분산돼 있던 각종 ECU(Electronic Control Unit)를 4개 슈퍼컴퓨터로 통합해 제어한다. 4개의 분야는 ‘주행 역동성’ ‘주행 보조’ ‘인포테인먼트’ ‘차량 내 기본 기능’이다. 각기 속성이 다른 4개의 분야는 독립적이면서도 상황에 따라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길지 않은 시승 시간이었지만 ‘더 뉴 iX3’가 준 가장 강력한 인상은 ‘능동성’이다. 알아서 판단하고, 그 판단을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을 ‘더 뉴 iX3’가 갖추고 있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가속 페달을 밟고 가다 발을 떼면 내연기관 차들은 보통 관성주행을 한다. 반면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차는 차의 운동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회생제동을 한다. 어느 수준의 회생제동을 할 지 운전자가 선택하게 한 차도 있다. 그런 차들은 관성주행을 할 지 회생제동을 할 지를 운전자의 선택에 맡긴다.
그런데 ‘더 뉴 iX3’는 도로 상황을 스스로 판단한 뒤 상황에 맞게 동작을 한다.
가속 페달을 뗐는데 전방에 저속 주행차가 있거나 신호 대기로 정차한 차가 있으면 회생제동을 한다.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완전 정차까지 한다. 똑 같은 실험을 전방에 차가 없을 때도 했다. 놀랍게도 차는 관성주행을 하고 있었다. 마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켠 것 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다.
‘슈퍼브레인’의 관장 영역 중 ‘주행 보조’가 능동적으로 가동되고 있었다. 이 기능은 ‘차량설정’에서 주행보조를 ‘적응형’으로 선택했을 때 작동한다.

놀라운 영역은 또 있다.
슈퍼브레인이 관장하는 ‘주행 역동성’은 새로운 차원의 운전 즐거움을 주고 있었다. BMW는 이 점을 특별히 강조해 ‘하트 오브 조이’라고 불렀다.
BMW의 설명자료는 ‘가속 페달 조작부터 조향, 제동력 등 주행과 관련된 핵심 요소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실시간 통합 제어해 빠르고 정밀한 반응성을 구현한다. 이를 통해 차량의 성능을 효과적으로 이끌어내며, 운전자는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역동적인 주행 감각을 경험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미디어 테스트 드라이빙 프로그램 중에 차 지붕에 물컵을 이고 슬라럼 주행을 하는 게 있었다. 슬라럼은 주행 코스에 놓인 라바콘을 갈짓자로 피해 운전하면서 차의 서스펜션 반응을 체크하는 테스트다.
휘청거리며 움직일 수밖에 없는 슬라럼 코스를 ‘더 뉴 iX3’는 물이 2/3가량 담긴 플라스틱 음료컵을 이고 달린다. 컵은 지붕에 단단하게 고정돼 있다.
물은 얼마나 흘러 넘쳤을까?
놀랍게도 물은 그대로였다. 정말 험하게 운전대를 잡아 돌리는 운전자가 아니라면, 슬라럼의 휘청거림도 ‘슈퍼브레인’의 통제 아래 있었다.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에는 고속 주행과 극한의 코너 주행을 할 수 있는 서킷이 있다. 서킷에 오른 ‘더 뉴 iX3’는 누구보다 담담했다. 아니, 운전자에게 담담하게 느껴졌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가속 페달 조작과 조향, 제동은 전적으로 운전자의 몫이지만 그 슈퍼브레인의 손길을 거쳐 표출되는 동작은 다른 차원이었다. 대충 그린 밑그림을 던져도 능숙한 터치로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AI 같다.
BMW ‘하트 오브 조이’의 기초는 ‘BMW 다이내믹 퍼포먼스 컨트롤(BMW Dynamic Performance Control)’이다. 무슨 기계장치가 아니다. BMW의 엔지니어링 노하우를 집약해 독자 개발한 소프트웨어 스택이다.
소프트웨어가 부드러운 출발부터 초고속 주행 영역을 모두 컨트롤 한다. 운전자가 정차 사실을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의 부드러운 정차 능력도 ‘하트 오브 조이’는 갖추고 있었다.
안대로 눈을 가린 탑승자가 차의 정차 시점을 맞히는 테스트가 있었다. 몸으로 차가 정차됐음을 알아차렸을 때 정차 팻말을 들어올리면 된다. 차가 멈춘 듯한 시점에 팻말을 번쩍 들었다. 틀렸다. ‘더 뉴 iX3’는 탑승자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부드럽게, 여전히 정차 움직임을 하고 있었다.

‘더 뉴 iX3’는 전기차다. ‘아우토 사피엔스’를 구현하기 더 없이 좋은 조건이다. ‘전기’와 ‘소프트웨어’는 원래부터 한 몸이었다.
전기차는 빨리 충전하고 한번 충전하면 오래 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기차의 기본 소양도 이 차는 충실히 갖추고 있었다.
‘더 뉴 iX3’는 배터리 셀을 하우징에 직접 배치하는 ‘셀 투 팩(Cell to Pack)’ 공법과 배터리 팩 자체를 차체 구조의 일부로 통합하는 ‘팩 투 오픈 바디(Pack to Open Body)’ 방식으로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했다. 자연스럽게 경량화가 따라왔고 비틀림 강성 강화도 얻어냈다.
배터리는 108.7kWh짜리가 실렸는데, 시험관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우리나라에서도 1회 충전 최대 주행 거리를 ‘최대 611km’로 인증 받았다. 유럽에서 진행된 테스트 주행에서는 한 번의 충전으로 1007.7km를 달린 기록이 있다고 BMW는 전하고 있다.

BMW 최초로 도입된 800V 고전압 아키텍처로 초급속 충전기 이용 시 10분만에 약 250km(국내 인증 기준, WLTP 기준 372km)에 이르는 주행 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국내 판매 가격은 더 뉴 BMW iX3 50 xDrive SE가 7990만원, 더 뉴 BMW iX3 50 xDrive M 스포츠가 8690~8710만원, 더 뉴 BMW iX3 50 xDrive M 스포츠 프로가 9190만원(부가세 포함, 개별소비세 3.5% 적용 기준)이다. /100c@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