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과 메일함에서 찾았다…허수경의 마지막 산문들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7월 06일, 오전 09:01

[신간] '아는 사람 집'

'아는 사람 집'은 허수경이 남긴 파일과 2011년 웹진 '민연' 연재 원고를 다시 모아 엮은 마지막 산문집이다. 저자 허수경은 바다와 발굴터, 알레포와 벤야민의 꿈을 따라 시와 삶의 근원, 소수자와 전쟁, 기억과 상실의 감각을 함께 짚는다.

이 책의 중심에는 제목이 가리키는 장소가 있다. 시인은 오래전 시 '바다가'에서 가져온 '아는 사람 집'을 자신의 시를 가능하게 하는 내면의 자리로 끌어오고, 그 집을 잃은 뒤의 공백을 여러 산문으로 더듬는다.

출간 경위도 책의 성격을 드러낸다. 허수경의 노트북에는 출처 없는 파일 몇 편만 남아 있었고, 일부는 제목조차 없었다. 2011년 고려대 웹진 '민연' 연재 원고를 오래전 메일함에서 다시 찾아내면서 흩어져 있던 글의 제목과 배열도 함께 복원됐다.

책은 2부로 나뉜다. 1부에는 '발터 벤야민이 꾼 꿈 이야기', '왜 '분노하라'인가?', '알레포 알레포' 같은 글이 실렸고, 2부에는 '외국에서의 꿈, 혹은 산책', '손삽', '새 이웃' 등이 이어진다.

여기서 허수경은 문학을 추상적 위안으로 다루지 않는다. 유대인, 드래그 퀸, 전쟁의 도시 같은 사례를 끌어와 소수자가 다수로, 다수가 다시 소수자로 밀려나는 순간을 살핀다. 알레포를 다룬 대목에서는 문명이 품은 폭력과 전쟁의 기억을 도시의 운명과 겹쳐 놓는다.

산문은 시를 잃어버린 감각과 다시 붙잡으려는 몸의 기억으로도 이어진다. 바다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고백, 발굴터에서 삽날과 흙 사이를 견디는 감각은 시를 쓰는 일과 살아남는 일을 한 줄로 묶는다.

책이 묶이기까지의 시간도 본문에 스며 있다. 웹진이 사라지고 도메인도 지워진 뒤 10년 넘게 글을 한데 묶지 못했지만, 당시 담당 편집자였던 임형수 충북대 사학과 교수의 도움으로 연재 원고 전부를 다시 확인했다.

허수경은 뮌스터 대학에서 고고학을 공부한 뒤 시집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와 산문집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 '나는 발굴지에 있었다', '너 없이 걸었다' 등을 남겼다. 동서문학상, 전숙희문학상, 이육사문학상을 받았고 2018년 뮌스터에서 세상을 떠났다.

△ '아는 사람 집'/ 허수경 지음/ 1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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