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가 왜 전능한지 알아? 열심히 살거든"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7월 06일, 오전 09:01

[신간] '악마는 열심히 산다'

'악마는 열심히 산다'는 팬데믹 시기의 고립을 악마와 인간의 몸이 뒤바뀌는 거래로 밀어 올리며, 숨은 욕망과 상처가 어떻게 드러나는지 파고든다. 저자 김화진은 은둔 청년 가영과 악마 Z, 종현의 시선을 따라 서로의 몸과 마음을 건너간 뒤에야 보이는 진짜 감정과 관계의 복원을 짚는다.

혼자 사라지고 싶은 마음과 누군가의 삶을 대신 살아 보겠다는 충동이 맞부딪히는 자리에서 이야기가 출발한다. 팬데믹 초겨울, 집 안에 틀어박힌 가영 앞에 작은 악마 Z가 나타나고, 남은 생을 대신 살아 주겠다는 거래가 건네진다. 소설은 이 기묘한 제안을 사건의 장치로 삼아 고립된 마음의 안쪽을 먼저 연다.

악마 사회의 질서도 이 소설의 한 축이다. 악행의 성과에 따라 등급과 보상이 갈리고, 안락한 집과 후손이 포상으로 주어지는 구조 속에서 악마 Z는 변변한 업적 없이 밀려날 처지에 놓여 있다. 인간의 욕망을 먹고 사는 존재가 오히려 인정과 성과에 쫓기는 설정은 인간 사회의 불안과도 겹쳐진다.

거래의 대가는 가영의 스쿠터다. 그러나 몸이 뒤바뀐 뒤 더 크게 드러나는 것은 물건보다 감정의 무게다. 인간의 몸으로 옮겨 간 악마 Z는 뜻밖의 슬픔과 눈물을 겪고, 가영은 가벼운 악마의 몸에서 조금 멀어진 상처를 새로 바라본다.

가영의 사정은 세 편으로 이어지는 구성 속에서 한층 또렷해진다. 밴드에서 키보드를 치던 그는 동료의 스캔들에 휘말린 뒤 사이버불링을 겪고, 사람들과 연락을 끊은 채 피아노에서도 멀어진다. 오래 해 온 일을 단번에 놓아버린 뒤 남은 공백과 침잠이 '묘지 산책'에서 길게 흔들린다.

종현의 이야기는 마지막 축을 맡는다. 열을 감지하는 능력을 지닌 그는 팬데믹 시절 건물 입구의 보안요원으로 일하며 가영, 정확히는 가영의 몸을 한 악마 Z를 알아본다. 친구를 원하던 어린 시절의 소원과 끝내 곧장 말하지 못하는 현재의 마음이 겹치면서, 관계를 맺고도 외로운 인물의 결이 선명해진다.

세 이야기의 중심에는 맞바꿀 수 없는 것을 바꿔 보려는 시도가 있다. '악마는 열심히 산다', '묘지 산책', '사랑받지 못한 사내의 노래'로 이어지는 구성은 악마 Z, 가영, 종현의 내부를 차례로 비추며 같은 사건을 다른 감정의 결로 확장한다. 몸을 바꾸는 환상적 설정은 결국 각자가 외면해 온 마음을 돌아보게 하는 통로가 된다.

김화진은 첫 소설집 '나주에 대하여', 연작소설 '공룡의 이동 경로', 장편소설 '동경'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관계와 마음의 움직임을 좇는다. 이번에는 그 시선을 우리 사회와 개인의 가장 외진 자리로 밀어 넣어, 고립이 어떻게 생기고 누가 그 문을 다시 두드릴 수 있는지 묻는다.

소설이 끝내 붙드는 것은 거창한 구원이 아니다. 사랑과 우정, 상처와 체념이 얽힌 마음이 타인을 거쳐 다시 자신에게 돌아오는 과정이다. 팬데믹이라는 배경과 악마라는 장치를 지나 남는 질문은 단순하다. 너무 오래 숨어 있던 마음이 다시 연결될 수 있느냐다.

△ '악마는 열심히 산다'/ 김화진 지음/ 1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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