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안녕, 피터팬'
'안녕, 피터팬'은 간암 말기 판정을 받은 아버지가 중증 자폐아들의 삶을 끝까지 붙들어야 했던 시간을 정면으로 기록한다. 저자 전경철은 죽음을 앞둔 몸으로도 거주시설과 복지기관을 찾아 나선 과정을 따라가며, 장애인 가족에게 남겨지는 돌봄의 공백을 짚는다.
기대여명 6개월을 들은 64세 아버지에게 가장 급한 일은 치료보다 스물일곱 살 아들의 거처를 찾는 일이었다. 말로 의사 표현을 하지 못하고 사회성 발달 연령이 두 살 수준인 아들을 혼자 키워온 그는 자신이 떠난 뒤 남을 삶을 먼저 계산해야 했다.
책은 이 절박함이 개인의 사연에 머물지 않는다고 보여준다. 저자가 찾아간 장애인 거주시설과 복지기관 상당수는 인력 부족이나 정원 문제, 자해와 타해 가능성을 이유로 입소가 어렵다고 답했고, 그 끝에서 남은 것은 "입소 불가"라는 반복된 통보였다.
방송으로 먼저 알려진 장면들도 책 안에서 더 길고 세밀한 문장으로 이어진다. 3월 MBC '실화탐사대'에 나온 아버지의 절규는 500만 뷰를 넘긴 영상과 전국의 응원으로 번졌고, 카카오 브런치 연재글에는 1900여 건, 8000만원 규모의 자발적 후원이 모였다.
본문은 두 갈래로 짜였다. 1부 '아빠의 날들'은 시한부 판정을 받기까지의 삶과 가족사를 더듬고, 2부 '아들의 날들'은 자폐 아들과 지낸 시간, 머물 곳을 찾는 과정, 다시 무너지는 희망을 따라간다.
저자는 여러 대목에서 자신의 병보다 아들의 생존을 먼저 말한다. 어머니를 떠나보낸 뒤 검사를 받게 된 경위, 4월 3일 간암 확진을 들은 순간, 치료를 미루고서라도 아들의 살길을 찾아야 한다는 판단이 겹치며 한 사람의 투병기가 곧 돌봄 기록이 된다.
책의 시선은 마지막에 개인 구조 요청을 넘어선다. 저자는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장애인이 존엄하게 살아갈 공동체를 꿈꾸며 '피터팬재단'과 '피터팬네버랜드' 구상을 꺼내고, 인세 수익금 전액도 그 발족과 운영에 쓰겠다고 밝힌다.
이 기록이 남기는 질문은 분명하다. '안녕, 피터팬'은 죽음을 앞둔 아버지의 유서에 그치지 않고, 중증 장애인과 가족을 지금의 제도가 어디까지 떠받치고 있는지 묻는다. 책은 한 가정의 비극을 넘어 돌봄 이후의 사회를 정면으로 바라보게 한다.
△ '안녕, 피터팬'/ 전경철 지음/ 4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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