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관사 가는 길부터 명동의 새벽까지…걷기로 붙든 산책의 안쪽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7월 06일, 오전 09:01

[신간] '어슬렁과 기웃거림'

'어슬렁과 기웃거림'은 지도를 들고 길을 잃는 산책의 감각을 따라 기억과 고독, 침묵의 시간을 더듬는다. 저자 이원은 산책기 69편을 6부로 묶어 혼자로 돌아오는 길과 '지금, 여기'를 견디는 감각을 함께 짚는다.

산책은 이 책에서 이동보다 먼저 자신을 벗어나는 행위로 놓인다. 목적 없이 걷는 동안 잊고 싶었던 것과 끝내 잊히지 않는 것이 함께 떠오르고, 길 위의 몸은 일상 바깥으로 잠시 밀려난다.

책은 이 감각을 추상으로만 밀어 올리지 않는다. 이른 아침 진관사로 향하는 길, 소나무에 둘러싸인 절, 간밤의 소란이 가라앉은 명동의 새벽처럼 구체적인 장소와 시간으로 산책의 결을 붙든다.

그 길 위에서 산책은 유용에서 무용으로, 익숙한 하루에서 그 너머로 건너가는 동작이 된다. 집으로 돌아와 맞는 적막과 고독, 그 안에서 켜지는 빛까지 산책의 일부로 묶이며 혼자 남는 시간이 다시 읽힌다.

시장과 묘지처럼 성격이 다른 공간도 같은 질문 아래 놓인다. 북적이는 자리의 고요와 죽음 가까운 고요를 함께 들여다보며, 저자는 장소의 표정보다 그 안에서 드러나는 몸과 침묵의 감각을 더 오래 붙잡는다.

책의 후반부에는 엄마와의 산책이 깊게 스며 있다. 굽은 허리와 느린 걸음, 늘 뒤에서 따라오는 기척을 따라가며 저자는 등에 눈이 달린 듯한 감각과 헤어짐의 두려움을 함께 꺼낸다.

이 감각은 결국 시간의 문제로 모인다. 보내지 못한 기억, 환원되는 시간, 사라지는 순간과 사라지지 못하는 순간을 되짚으며 저자는 시를 쓸 때 가장 중요한 자리로 '지금, 여기'를 다시 세운다.

이원은 1992년 '세계의문학'으로 등단해 현대시학작품상, 현대시작품상, 형평문학상을 받았다. 시집 '그들이 지구를 지배했을 때', '불가능한 종이의 역사', 산문집 '물끄러미' 등을 펴냈고 서울예술대학교 문예학부에서 시창작 수업을 하고 있다.

△ '어슬렁과 기웃거림'/ 이원 지음/ 2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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