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바쁘고 나는 카피바라'는 속도와 생산성에 밀린 일상에서 느림과 수용이 어떤 태도인지 카피바라 '카피'와 브루노의 대화로 짚는다. 저자 로렌자 베르나르디는 루치아 카를리니의 그림과 함께 스토아철학, 불교, 도가 사상이 겹치는 평온의 감각을 일상 장면으로 풀어낸다.
'세상은 바쁘고 나는 카피바라'는 속도와 생산성에 밀린 일상에서 느림과 수용이 어떤 태도인지 카피바라 '카피'와 브루노의 대화로 짚는다. 저자 로렌자 베르나르디는 루치아 카를리니의 그림과 함께 스토아철학, 불교, 도가 사상이 겹치는 평온의 감각을 일상 장면으로 풀어낸다.
이 책의 첫머리에 놓인 문장은 생산성을 다른 방향으로 돌린다. "나는 생산적이야. 평온함을 생산하고 있지"라는 카피의 말은 속도와 효율을 앞세우는 일상에 맞서 느림도 하나의 태도일 수 있다고 말문을 연다.
이야기는 브루노의 정원에 카피바라 '카피'가 눌러앉으면서 시작한다. 브루노는 카피와 함께 지내며 세상을 재촉하지 않는 시선, 주변과 어울리는 친화력, 현재에 집중하는 감각을 조금씩 배운다.
책은 설명보다 장면으로 철학을 전한다. 바쁘게 출근하는 브루노 곁에서 아침 식사를 천천히 치르는 카피의 모습, 어질러진 책상 앞에서 멈춰 서게 하는 한마디가 반복되며 평온을 연습하는 방식이 구체화한다.
이 대화의 축은 혼돈을 없애는 데 있지 않다. 혼돈 앞에서 즉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 더 많이 소유하고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는 압박을 한 걸음 물려 세운다.
목차도 이런 흐름을 따라간다. '순간을 살기', '감사 실천하기', '단순함 포용하기', '나 자신 그리고 자연과 교감하기', '창의성과 놀이 감각 키우기', '흘려보내기'가 차례로 놓이고, 끝에는 '행복한 삶을 위한 카피 철학의 핵심 다섯 가지'를 묶은 부록과 '옮긴이의 말'이 이어진다.
카피와 브루노의 응답…대화와 여백을 교차하다
본문 형식은 크게 둘로 나뉜다. 하나는 카피의 짧은 말이고, 다른 하나는 그 말을 받아 적는 브루노의 응답이다. 문장을 길게 밀어붙이기보다 대화와 여백을 교차시키는 방식이 책 전체의 호흡을 만든다.
각 장면에서 카피의 말은 생활의 구체적인 순간을 겨눈다. 정신없이 흐트러진 책상 앞에서는 "문제는 혼돈이 아니야. 그에 대해 뭔가를 해야만 한다는 착각이지"라고 말하고, 옷차림 때문에 위축된 순간에는 미소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응답한다.
책 속 문장들은 행동을 과장하지 않는다. "더 많이 소유하라고 말하는 세상에서 그저 존재하기를 선택해"라는 제안처럼 덜어내기와 수용, 관찰과 놀이를 한데 묶어 과잉 생산성의 반대편을 보여준다.
여기에 루치아 카를리니의 그림이 더해진다. 아날로그 감각을 살린 일러스트는 브루노와 카피의 느린 움직임을 포근한 분위기로 감싸며, 짧은 문장이 만든 여백을 시각적으로 이어 붙인다.
로렌자 베르나르디는 이탈리아 페라라에서 태어나 두 주요 출판사에서 일한 뒤 시나리오 작가와 소설가로 활동해왔다. 루치아 카를리니는 2022년부터 활동한 로마 출신 일러스트레이터이며, 번역자 알베르토 몬디는 한국과 이탈리아 사이를 오가며 방송과 번역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 '세상은 바쁘고 나는 카피바라'/ 로렌자 베르나르디 지음/ 알베르토 몬디 옮김/ 128쪽
'세상은 바쁘고 나는 카피바라'는 속도와 생산성에 밀린 일상에서 느림과 수용이 어떤 태도인지 카피바라 '카피'와 브루노의 대화로 짚는다. 저자 로렌자 베르나르디는 루치아 카를리니의 그림과 함께 스토아철학, 불교, 도가 사상이 겹치는 평온의 감각을 일상 장면으로 풀어낸다.
art@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