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의 문장들' (마음산책 제공)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를 단순히 '우울증으로 삶을 마감한 작가'로만 기억하는 대중의 편견을 깨는 신간이 나왔다.
영국 여성문학 연구자 최리외가 울프의 소설, 에세이, 일기, 편지 등 방대한 기록을 샅샅이 뒤져 엮고 옮겨 그의 감춰진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한 권의 책을 내놨다. 이 책은 울프가 사실은 삶의 기쁨을 깊이 즐겼고 날카로운 유머 감각을 지닌 주체적인 지식인이었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운다.
그간 대중에게 각인된 울프의 어두운 미술관 속 초상화와 달리, 책 속의 울프는 사소한 일상에서 기적을 발견하는 따뜻한 관찰자다. '댈러웨이 부인'이나 '등대로' 같은 대표작 속 문장들은 거대한 역사보다 평범한 하루의 소중함을 말한다.
또한 여성에게 필요한 자유와 독립을 주장한 '자기만의 방'과 성별의 경계를 허문 '올랜도'의 핵심 문장을 통해 시대를 앞서간 비판적 사유를 보여준다. 특히 영어 원문을 함께 실어 작가 특유의 문장 리듬을 생생하게 살렸다.
편지와 일기 속 울프는 "내 삶을 자살이라는 단어 하나로 전부 요약하기에는 너무나 유쾌하고 즐거운 정서가 가득하다"라며 스스로 행복한 존재였음을 증명한다. 작품 속에서도 "위대한 계시는 오지 않더라도 성냥불이 켜지는 것 같은 일상의 작은 기적들이 있다"라며 삶을 예찬했다.
이번 신간은 인물을 한 가지 프레임에 가두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경종을 울린다. 울프는 고통 속에서도 끊임없이 세상과 소통하려 했던 입체적인 인간이었다. 시대를 넘어 날아온 그의 목소리는 오늘날 현대인들에게도 평범한 일상을 완전히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 버지니아 울프의 문장들/ 최리외 엮음/ 최리외 옮김/ 3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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