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일상주의자의 감각'
'일상주의자의 감각'은 추스르기 힘든 감정을 안고도 자기 몫의 하루를 살아내는 사람들의 시간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저자 김이나는 산책과 취미, 음악과 루틴처럼 사소해 보이는 것들이 무너진 마음을 다시 일상으로 돌려세우는 힘이 되는 순간을 짚는다.
책이 먼저 붙드는 장면은 거대한 성취보다 버티는 하루다. 아무 일 없는 듯 출근하고 사람을 만나지만, 안쪽에서는 상실과 불안, 외로움을 견디는 이들이 이 책의 중심에 놓인다. 무너지지 않은 채 현재를 유지하는 일 자체가 얼마나 큰 노동인지도 함께 묻는다.
김이나는 완전히 괜찮아진 뒤에야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감정에 휘청이는 상태 그대로 한 걸음을 떼고, 그 한 걸음이 다시 자기 삶의 궤도로 돌아가는 출발점이 된다고 본다. 책 제목의 '감각'도 그런 회복의 미세한 징후를 붙드는 데 맞춰져 있다.
책은 4부로 나뉜다. 1부 '딱 한 걸음 앞에 내가 돌아가고 싶은 일상이 있다'와 2부 '울면서 일하는 밤'에서는 '단 한 번의 용기', '미래의 내가 사무치게 이 순간을 그리워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성과가 하나도 없는 나날들' 같은 글을 통해 불안과 상실을 지나 다시 하루를 건너는 과정을 따라간다.
3부 '구체적으로 나를 돌보기'와 4부 '따뜻한 도피'는 회복의 방식으로 시선을 넓힌다. 산책, 취미, 덕질, 좋아하는 음악, 반복되는 루틴, 익숙한 가게, 오래된 추억, 나이든 고양이 같은 사소한 대상이 삶을 붙드는 장치로 놓인다. 인생을 바꾸는 비약보다 일상으로 복귀하는 감각이 더 절실하다는 문제의식도 여기서 또렷해진다.
책에는 평범한 시간을 지탱하는 사람들에 대한 시선이 여러 갈래로 이어진다. 가족을 돌보고,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상처를 안은 채 해야 할 일을 끝내는 이들은 특별한 영웅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대신 조용히 시간을 쌓는 '인생 모범생'들의 하루가 어떻게 삶의 형태를 유지하는지 드러낸다.
후반부에는 저자의 경험과 취향이 더 구체적으로 들어온다. 직장인으로 지내며 불안을 통과했던 시간, 음악과 라디오를 오가며 사람들의 사연을 오래 들여다본 태도, 일상에서 잠시 숨을 돌리게 한 작은 기호들이 문장 곳곳에 배어 있다. 정빛나 작가의 일러스트는 버스정류장과 골목, 계절이 스며든 풍경을 더해 이런 정서를 시각적으로 잇는다.
김이나는 히트곡 300여 곡의 노랫말을 써온 작사가이자 MBC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 진행자로 활동해왔다.
△ 일상주의자의 감각/ 김이나 지음/ 292쪽
art@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