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것 같아요, 영혼이"…멸종늑대가 된 고상철 박사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7월 07일, 오전 09:01

[신간] '영혼 셔플'

'영혼 셔플'은 멸종 늑대를 포획한 뒤 사람들의 영혼이 무작위로 뒤바뀌는 사태를 앞세워 몸과 정체성, 사회 질서의 균열을 밀어붙인다. 저자 경민선은 재난의 원흉에게 몸을 빼앗긴 생물학 박사를 따라가며 인간중심적 사고와 동물윤리까지 한꺼번에 흔든다.

소설은 강원도 월면산에서 포획된 한국 야생 늑대 한 마리에서 출발한다. 연구소로 향하던 길에 늑대의 눈이 기묘하게 빛나고, 수도권과 강원도 일대에서는 사람들의 영혼이 서로 뒤바뀌는 재난이 번진다.

혼란의 한가운데에는 국제생물종보존협회 연구팀의 고상철 박사가 있다. 그는 화면 속에서 이 사태를 수습할 수 있다고 떠드는 또 다른 자신을 마주한 뒤, 정작 자신의 몸에는 늑대의 영혼이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이후 이야기는 자기 몸을 되찾으려는 추적전으로 방향을 튼다. 박사는 첫 사태를 거꾸로 되돌리기 위해 같은 조건을 다시 만들려 하고, 그 시도는 한국을 넘어 전 지구로 번지는 두 번째 영혼 셔플로 이어진다.

책은 영혼이 바뀐 뒤 무너지는 일상만 보여주지 않는다. 공권력이 제 역할을 못 하는 틈에 절도와 폭력, 살인이 번지고, 무질서한 사회에서 욕망이 어떤 방식으로 튀어나오는지도 함께 좇는다.

경민선은 이 재난을 비극으로만 밀어붙이지 않고 풍자와 해학으로 비튼다. 몸이 달라져도 '나'가 그대로인지, 인간이 아닌 존재의 몸으로 살아간다는 일이 무엇을 바꾸는지 같은 질문도 서사 안에 오래 남긴다.

후반부로 갈수록 시야는 더 넓어진다. 인간만이 아니라 뇌를 가진 모든 동물로 사태가 퍼지면서 이야기는 생태와 윤리, 인간중심적 사고에 대한 반성으로까지 번져간다.

'영혼 셔플'은 한겨레출판과 리디가 공동 기획한 턴 시리즈의 열두 번째 작품이다. 한 사람의 몸을 둘러싼 소동에서 출발한 이야기를 세계적 재난으로 키워 올리며, 몸과 영혼을 둘러싼 질문을 끝까지 밀어붙인다.

△ '영혼 셔플'/ 경민선 지음/ 152쪽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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