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형을 마친 임다리, '악귀'와 '영웅' 사이 흔들리다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7월 07일, 오전 09:01

[신간] '연결, 유예, 악의'

소설 '연결, 유예, 악의'는 타인의 말과 관계가 한 인간의 얼굴과 운명을 어떻게 빚는지 파고든다. 저자 김상묵은 '악귀'와 '영웅' 사이를 오가는 임다리의 삶을 따라가며 설명되지 못한 이름들이 어떻게 악의와 책임의 문제로 이어지는지 짚는다.

이야기는 지하철에서 처음 보는 남자가 임다리를 향해 "악귀 형님"이라고 부르는 장면에서 출발한다. 자신을 모르는 타인의 호명이 먼저 도착하고, 그 호명이 한 사람의 정체를 앞질러 굳어지는 방식이 초반부터 드러난다.

임다리는 어린 시절부터 돌다리, 사다리, 임꺽정, 임자, 임마 씨, 판다 같은 이름으로 불려왔다. 그는 그 이름들을 곧장 밀어내지 못한 채 자신이 정말 그런 사람인지 오래 붙들고, 결정적인 순간마다 말하지 못한 채 뒤로 물러선다.

그 유예는 성인이 된 뒤 채권추심의 세계에서 더 거칠게 돌아온다. 사람들은 그를 어느 순간 '악귀'로 부르기 시작하고, 다리는 스스로를 그렇게 여기지 않으면서도 타인의 시선 속에서 그 이름을 수행하는 자리로 밀려난다.

소설이 겨누는 지점은 한 악인이 갑자기 나타나는 순간이 아니다. 관계의 균열, 우연한 호명, 채권추심이라는 구조적 폭력이 겹치면서 한 인간이 어떤 방향으로 연결되는지가 서사의 축이 된다.

16년의 형을 살고 돌아온 다리는 병원 주차장의 야간정산원으로 숨어 살듯 지낸다. 그 앞에 나타난 일곱 살 아이 배서는 다리를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영웅'으로 부르고, 다리 역시 그 이름을 처음으로 받아들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영웅이라는 이름도 오래 머물지 않는다. 배서가 가족이 하나가 되기를 바라는 동안 다리는 아이의 상처와 거짓말, 자신의 회피와 과거의 방식 사이에서 흔들리고, 구하고 싶다는 마음이 어디서 개입과 폭력으로 넘어가는지 마주한다.

김상묵은 다리를 악인이나 피해자, 방관자나 구원자 가운데 하나로 단정하지 않는다. '연결, 유예, 악의'는 설명되지 못한 이름들이 끝내 한 인간의 공백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따라가며, 사람을 너무 빨리 규정하는 태도 자체를 되묻는다.

△ '연결, 유예, 악의'/ 김상묵 지음/ 2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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