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 밖으로 나온 공예, 전국 골목·강변·수목원 물들이다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7월 07일, 오전 10:03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충남 부여 규암면 123사비공예마을에서는 공방과 상점, 강변이 하나의 전시장처럼 이어졌다. 방문객들은 마을 골목을 걸으며 공예품을 살펴보고, 작가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작업을 가까이에서 만났다. 백마강변에는 공예품과 지역 먹거리, 버스킹이 어우러진 장터가 열렸고, 공예는 전시장 안에 머무르지 않고 마을의 풍경 속으로 스며들었다.

‘2026 공예주간’ 울산 행사 현장. 한옥공방 오픈스튜디오에서 무료 공예체험과 해외작가 아트토크를 운영했다. (사진=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2026 공예주간’ 울산 행사 현장. 한옥공방 오픈스튜디오에서 무료 공예체험과 해외작가 아트토크를 운영했다. (사진=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지난달 19일부터 28일까지 열린 ‘2026 공예주간’은 이처럼 전국 각지의 생활 공간을 공예의 무대로 바꾸며 마무리됐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공진원)이 주관한 올해 행사는 충남 부여를 거점도시로 세종·공주, 전주·고창, 칠곡·구미, 부산·울산, 제주·서귀포 등 권역별 도시와 전국 공방·편집숍·뮤지엄이 참여한 전국 단위 공예축제로 펼쳐졌다.

◇보는 행사에서 ‘머무르고 이동하고 경험하는’ 행사로

올해 공예주간은 2018년 시작 이후 아홉 번째 행사다. 전국 53개 도시에서 전시와 마켓, 체험, 교육, 투어, 이벤트 등 453개 프로그램이 열흘간 이어졌다. 공예를 ‘보는 행사’에서 ‘머무르고 이동하며 경험하는 행사’로 넓힌 것이 올해의 핵심 변화였다.

거점도시 부여는 그 변화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지역이었다. ‘공예로 머무는 부여’를 주제로 마련한 프로그램은 123사비공예마을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제철을 걷는 공예’는 마을의 유휴 공간과 상점을 전시장으로 연결했고, ‘제철 감각 공예 클래스’는 방문객이 작가의 작업을 체험하는 시간으로 꾸려졌다. ‘제철을 짓는 공예 런케이션’은 공예와 숙박, 지역 생활문화를 결합한 체류형 프로그램으로 공예 여행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2026 공예주간’ 공주 행사 현장. 석장리 박물관에서 불과 흙을 활용한 공예의 탄생과정을 경험하는 야외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사진=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2026 공예주간’ 공주 행사 현장. 석장리 박물관에서 불과 흙을 활용한 공예의 탄생과정을 경험하는 야외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사진=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지역별 색채도 뚜렷했다. 세종·공주 권역에서는 국립세종수목원과 석장리박물관 등을 잇는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 재료와 고대의 시간, 현대 공예를 연결했다. 전주·고창에서는 한옥마을과 고창읍성, 전통예술 체험마을을 오가며 걷고 체험하는 공예 여행이 진행됐다. 칠곡·구미는 ‘하이파이브 손의 연대전’과 마켓, 포럼을 통해 작가와 지역의 협업을 강조했다.

부산·울산 권역에서는 바다와 도시의 감각을 배경으로 전시, 체험, 강연, 공연이 결합했다. 울산국제아트페어와 연계한 프로그램은 공예가 순수미술, 디자인, 라이프스타일 영역과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제주·서귀포에서는 감귤박물관, 공방, 곶자왈 등을 무대로 공예공방투어와 ‘파치마켓’이 열렸다. 생활 공예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만나는 장터는 작가와 방문객이 직접 만나는 접점이 됐다.

행사에 참여한 제주 작가 김석범은 지역 공예의 의미를 ‘점에서 선으로’ 이어가는 일로 표현했다. 그는 “묵묵하게 작가의 길을 걷는 분들, 사라져가는 공예의 길을 붙잡으려는 분들, 지역 안에서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분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으로 활동했다”며 “궂은 날씨에도 함께해준 방문객과 작가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공예, 지역 재생·관광·유통·소비 이어지는 선순환 확인

‘2026 공예주산’ 부산 행사 현장. 아난티앳코브에서는 기장 오션뷰를 배경으로 전시, 공예체험, 재즈 공연 등을 함께 선보였다. (사진=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2026 공예주산’ 부산 행사 현장. 아난티앳코브에서는 기장 오션뷰를 배경으로 전시, 공예체험, 재즈 공연 등을 함께 선보였다. (사진=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축제의 외연은 전국의 공예창작지원센터와 공예오픈스튜디오, ‘공예주간 프렌즈’로 확장됐다. 경기, 전남, 청주, 진주, 김해 공예창작지원센터는 지역별 전시와 체험, 마켓을 열었고, 완주 공예오픈스튜디오는 캠핑과 공예를 결합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창원 공예오픈스튜디오는 장인 전시와 시민 참여 마켓, 김해와 연계한 투어로 동남권 공예의 흐름을 소개했다. 전국 221개 공방과 편집숍, 뮤지엄, 대학 등도 축제에 동참해 공예주간의 기반을 넓혔다.

공진원은 올해 행사를 통해 공예주간이 지역 밀착형 문화축제로 한 단계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수도권 중심의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지역 공예 자원, 작가, 주민, 방문객, 소상공인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다. 공예가 지역 재생과 관광, 유통,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가능성도 확인했다.

김경배 공진원장은 “‘공예주간’은 지난 9년 동안 공예를 일상 가까이 이끌며 대중적 기반을 넓혀왔다”며 “올해는 부여와 10개 도시, 전국 공예주간 프렌즈 네트워크를 통해 지역 고유의 공예 자원을 발굴하고 지역과 사람이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로 확장했다”고 말했다.

공진원은 내년 10주년 공예주간을 계기로 축제의 밀도를 더욱 높일 계획이다. 전시와 체험, 마켓을 넘어 지역 체류형 프로그램과 새로운 참여형 콘텐츠를 강화하고, 창작자와 공예 매개자, 관련 소상공인에게 실질적인 활력을 주는 행사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김 원장은 “2027년 ‘공예주간’은 단순한 10주년 기념을 넘어 지역 공예 생태계의 전환점이 되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공동기획]문화체육관광부·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데일리

‘2026 공예주간’ 제주 행사 현장. 작은흠이 있지만 사용가능한 공예품들을 최대 90%할인된 가격으로 구매가능한 파치마켓이 열렸다. (사진=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2026 공예주간’ 제주 행사 현장. 작은흠이 있지만 사용가능한 공예품들을 최대 90%할인된 가격으로 구매가능한 파치마켓이 열렸다. (사진=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2026 공예주간’ 전주 행사 현장. 덕진공원에서 열린 마켓에서 지역공예 특색이 잘보이는 공예품 판매와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사진=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2026 공예주간’ 전주 행사 현장. 덕진공원에서 열린 마켓에서 지역공예 특색이 잘보이는 공예품 판매와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사진=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구미 - 체험 및 마켓 부스 (구미핸즈브라운카페) : 경북 작가들의 작품을 판매하며 체험도 가능했음 (사진=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구미 - 체험 및 마켓 부스 (구미핸즈브라운카페) : 경북 작가들의 작품을 판매하며 체험도 가능했음 (사진=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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