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좋은 전쟁'
'좋은 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의 기억이 오늘의 중국 민족주의와 전후 질서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이어지는지 짚는다. 저자 래너 미터는 국민당의 항전, 피란민의 경험, 카이로 회담의 유산을 엮어 중국이 과거 전쟁을 현재의 국가 서사로 다시 쓰는 과정을 따라간다.
이 책이 겨누는 대상은 전쟁사 자체보다 전쟁을 기억하는 방식이다. 중국 공론장에서 1937년과 1945년이 거듭 호출되는 이유, 그 기억이 오늘의 정체성과 외교 언어를 어떻게 떠받치는지가 출발점이다.
서술의 큰 축은 마오쩌둥 시대와 개혁개방 이후의 변화다. 공산당의 승리 서사에 가려졌던 장제스 국민당 정부의 항전이 다시 호출되는 과정은 계급 중심 서사에서 민족 중심 서사로 옮겨가는 흐름과 맞물린다.
저자는 이 변화가 역사학계 안에서만 이뤄지지 않았다고 본다. 박물관과 교과서, 블록버스터 영화, TV 프로그램, 인터넷 토론이 전쟁의 기억을 공적 삶으로 끌어올렸고 난징대학살과 충칭 폭격의 기억도 그 안에서 다시 배치된다.
책은 지역의 기억이 작동하는 방식도 함께 살핀다. 충칭의 전시 수도 정체성과 옌안의 혁명 기억, 국민당을 재평가하는 온라인 공간은 국가가 만든 서사와 대중이 소비하는 서사가 겹치고 어긋나는 지점을 보여준다.
시선은 중국 내부를 넘어 전후 국제질서로 뻗는다. 카이로 회담과 카이로 선언, 승전 연합국의 지위는 중국이 자신을 전후 질서의 창설 주체로 설명하는 근거가 되고 일본과의 역사 갈등, 동아시아 질서, 국제기구에서의 역할 인식과도 이어진다.
구성은 1937년부터 1978년까지의 충돌을 다루는 장에서 출발해 역사 연구, 공론장, 온라인과 영화, 지역 기억, 현대 국제관계로 범위를 넓힌다. 결론에서는 이 전쟁이 끝난 사건이 아니라 길게 이어지는 전후의 출발점이었다는 문제의식으로 다시 모인다.
래너 미터는 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 미·아시아 관계를 연구해온 역사학자다. 옥스퍼드대 중국센터 소장을 지냈고 '중일전쟁: 역사가 망각한 그들 1937~1945' 등을 펴냈다.
△ '좋은 전쟁'/ 래너 미터 지음/ 유강은 옮김/ 3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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