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우리는 어떤 나라를 원하는가'
'우리는 어떤 나라를 원하는가'는 세금과 국가 채무, 복지와 성장처럼 충돌하는 재정 의제를 통해 국가가 어떤 가치를 선택해야 하는지 짚는다. 저자 백승주는 기획예산처와 기획재정부에서 30여년간 정책을 설계한 경험을 바탕으로 재정의 역사와 국가 채무 논쟁, 지방 재정, 기후 위기, 디지털 화폐까지 대한민국의 핵심 쟁점을 한 축으로 묶는다.
국가가 왜 세금을 걷고 어디에 돈을 쓰는지, 국가 채무를 어디까지 감수해야 하는지가 이 책의 출발점이다. 재정을 단순한 숫자나 회계 항목이 아니라 국가 운영의 철학과 우선순위를 드러내는 선택으로 놓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책의 초반부는 재정이 법과 제도, 행정을 움직이는 실제 동력이라는 점을 앞세운다. 예산 없이는 어떤 정책도 작동하기 어렵고, 국가 목표 역시 재정을 통해 구체화한다는 문제의식이 중심에 놓인다.
백승주는 예산이 국회의 승인을 거쳐 확정되는 과정 자체를 국민적 동의의 장치로 본다. 세금과 예산은 행정 기술에 머무르지 않고 국가와 시민의 관계를 조직하는 틀이라는 설명이다.
이어지는 장에서는 재정의 역사를 따라가며 국가 형성과 확장의 흐름을 짚는다. 근대 국가의 탄생부터 산업화와 복지국가의 확대까지 국가의 힘이 커지는 과정마다 재정이 중심에 있었다는 것이 책의 기본 시각이다.
저자는 역사적으로 재정이 한 번도 논쟁의 바깥에 있었던 적이 없다고 본다. 근대 초에는 왕권과 의회의 권력 다툼 속에서, 20세기 중반에는 복지의 범위를 둘러싼 논쟁 속에서, 이후에는 국가 채무와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갈등 속에서 재정 문제가 다시 떠올랐다고 정리한다.
이 대목에서 재정운용은 중립적인 배분 기술이 아니라 갈등과 조정의 산물로 제시된다. 정부 지출의 확대와 축소, 제도의 변화 역시 정치와 사회의 선택이 겹쳐 만들어졌다는 흐름이 읽힌다.
이런 서술은 오늘의 재정 논쟁을 단기 처방의 대립으로만 보지 않게 만든다. 현재의 갈등이 오랜 역사 속에서 축적된 국가 운영 방식과 가치 충돌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책의 한복판에는 국가 채무를 둘러싼 익숙한 질문이 놓인다. 백승주는 재정 건전성을 판단하는 절대적 기준은 없으며 경제 규모와 성장률, 세수 구조, 인구구조에 따라 적정 수준이 달라진다고 본다.
그래서 국가 채무는 존재 자체보다 쓰임이 더 중요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왜 빚을 냈는지, 어디에 썼는지, 그 결과 미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가 재정 판단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 문제는 곧 확장 재정과 긴축 재정의 선택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어느 이론이 옳으냐보다 어떤 조건에서 어떤 선택이 필요한지, 또 그 선택이 정치적 지지와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함께 살핀다.
성장과 복지의 균형, 재정의 지속 가능성, 공정한 세금 부담과 정의로운 분배도 이 구간의 핵심 쟁점이다. 재정 민주주의와 책임성, 투명성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여기서 힘을 얻는다.
저자는 행정고시 34회 합격 뒤 기획예산처와 기획재정부에서 30여년간 일하며 지식경제예산과장, 산업경제과장, 신성장정책과장, 재정혁신국장, 기획조정실장 등을 지냈다.
△ '우리는 어떤 나라를 원하는가'/ 백승주 지음/ 3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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