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1000명 탑승 타이헤이마루호 격침 [김정한의 역사&오늘]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7월 09일, 오전 06:00

타이헤이마루호를 격침한 미국 잠수함USS 선피시(SS-281) (출처: Unknown author,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1944년 7월 9일, 쿠릴열도 최북단 호로무시로섬 앞바다에서 조선인 강제징용자 1000여 명을 태운 일본 해군 수송선 '타이헤이마루(太平丸·6,284t)'가 미군 잠수함의 어뢰 공격을 받아 격침됐다. 이 사고로 배에 타고 있던 조선인 청장년 대부분이 차가운 북태평양 바다에 수장됐다.

타이헤이마루는 일제가 패망 직전 군사기지 건설에 필요한 노동력과 물자를 수송하기 위해 동원한 선박이었다. 7월 5일, 타이헤이마루는 구축함 아케보노 등 호위함대와 함께 홋카이도 오타루항을 출항했다. 최종 목적지는 쿠릴열도 북단의 군사비행장 건설 현장이었다.

당시 배에는 강원도 등 한반도 전역에서 강제로 연행된 조선인 노동자들이 가득 차 있었다. 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최전선 기지 건설의 총받이 노무자로 끌려가던 길이었다.

하지만 항해 나흘째 미국 잠수함 USS 선피시(SS-281)의 기습적인 어뢰 공격이 타이헤이마루를 강타했다. 거대한 폭발과 함께 선체는 순식간에 침몰했다. 생존자들의 증언과 기록에 따르면, 당시 선박에 탑승한 조선인 1000여 명 중 400명 이상이 현장에서 즉사하거나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일본 정부는 이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은폐하고 축소하는 데 급급했다. 정확한 승선자 명부나 사망자 통계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으며, 희생자들의 유해는 고향 땅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차가운 이국의 바다 밑에 방치되어 있다.

우키시마호 사건과 더불어 태평양전쟁기 해상에서 발생한 대표적인 조선인 대량 수장 비극이지만, 대중적인 기억 속에서는 점차 잊히고 있다. 일본 정부의 책임 있는 사죄 및 배상은커녕 진상조사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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