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똣 마이 레겐다 아스삐 찌아찌아' (도서출판 북스힐 제공)
문자가 없어 사라질 뻔한 소수민족의 구전 설화가 한글의 과학적 힘을 빌려 마침내 역사적인 첫 기록물로 탄생했다. 2008년 시작된 찌아찌아족 한글 표기 사업이 17년이 넘는 끈질긴 협업 끝에 마침내 가장 값진 문화적 열매를 맺었다.
도서출판 북스힐은 인도네시아 부톤섬의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도입한 지 약 18년 만에 부족의 이야기를 담은 첫 민속 설화집 '미똣 마이 레겐다 아스삐 찌아찌아'(찌아찌아 민속 설화)를 지난 4월 30일 출간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책은 문자 수명이 다해 가던 소수언어를 한글로 보존해낸 실제 성공 사례라는 점에서 출판을 넘어선 문화적 쾌거다. 책에는 현지 교사 아비딘이 와 임비(Wa Imbi)를 비롯한 부족 어른들의 증언을 고증해 정리한 설화 10편이 담겼다.원암문화재단과 훈민정음학회가 출간을 도왔다.
'미똣 마이 레겐다 아스삐 찌아찌아' 본문 내용 (도서출판 북스힐 제공)
특히 찌아찌아어 고유의 발음과 성조를 한글 자모로 살려낸 '찌아찌아정음' 원문과 한국어, 영어 번역을 나란히 실어 전 세계 독자가 읽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원암문화재단과 훈민정음학회가 제작을 도왔으며, 연혁을 다룬 부록과 수채화 삽화도 포함됐다.
관계자들은 이번 발간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공동 저자인 아비딘은 "다음 세대에게 고향의 미덕과 윤리를 전하기 위해 글을 모았다"고 전했다.이문호 훈민정음학회 이사장은 "한글이 한 민족을 넘어 전 세계 소수언어를 적을 수 있는 보편적 문자임을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편집 자문을 맡은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장 역시 "세종대왕이 훈민정음 창제 당시 세운 보편적 문자주의 정신이 현대에 실질적인 성과로 구현된 사건"이라고 밝혔다.
이번 설화집은 그동안 외부에서 일방적으로 한글을 가르치던 단계를 지나, 현지인들이 한글을 도구 삼아 자신들의 고유한 문화 콘텐츠를 직접 생산해내는 자립의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이는 소멸 위기에 처한 전 세계 수많은 언어에 새로운 생존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acenes@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