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컬러 크라이시스'
'컬러 크라이시스'는 재난의 색을 묻는 다섯 편의 소설과 에세이를 한 권에 묶어 일상이 재난이 된 시대의 균열을 펼쳐 보인다. 공현진, 이갑수, 임현석, 서윤빈, 강지원은 세대 갈등과 상실, 판타지적 사건까지 서로 다른 장면을 따라가며 재난 속에 남는 온기와 실패의 경험을 함께 짚는다.
책은 재난을 먼 사건이 아니라 일상 깊숙이 들어온 감각으로 다룬다. 세대 갈등과 정치적 대립, 상실처럼 이미 삶 안에 자리한 위기에서 출발해 색이라는 감각적 장치를 겹쳐 놓는다.
첫 작품 '오렌지나 망고'는 노란 오렌지 다섯 알이 바닥에 떨어지는 장면으로 문을 연다. 평범한 사물의 색과 무게를 앞세워 가족 안의 균열과 불안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이갑수의 '클라시코 네그로'(clásico negro)와 임현석의 '정말로 가능하시죠?'는 재난의 양상을 다른 결로 밀어붙인다. 한쪽은 잃어버린 문장과 망각의 감각을, 다른 한쪽은 실패를 말하고 싶어지는 순간을 붙잡으며 재난이 언어와 서사의 문제로 번지는 지점을 보여준다.
서윤빈의 '무주'와 강지원의 '안정기'는 판타지와 상실의 층위를 더한다. 해수면을 피해 이동하는 가족의 무게, 긴 세월 고여 남는 호수의 이미지가 겹치며 재난은 한순간의 파국보다 오래 남는 흔적으로 읽힌다.
소설마다 에세이를 붙인 구성도 눈에 띈다. '이해와 화해 없이', '서점과 딱따구리', '마감 공격, 마감 수비', '일상물', '가까이' 같은 제목은 소설이 펼친 감각을 다른 문장으로 이어 붙인다.
이 책은 '포춘 텔링'에 이어 소설 시리즈 '앤솔러지 느슨'으로 나왔다. 이 시리즈는 일상과 문학 사이의 간극, 소설 장르의 경계를 느슨하게 풀겠다는 방향을 잡고 있다.
참여 작가 면면도 서로 다르다. 공현진은 202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이갑수와 임현석, 서윤빈, 강지원도 각자의 등단 이력과 작업 궤적을 바탕으로 재난 서사를 나눠 맡았다.
△ '컬러 크라이시스'/ 공현진·이갑수·임현석·서윤빈·강지원 지음/ 2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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