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조수미가 10일(현지시간) 프랑스 솔로뉴 지방 페르테 앵보 성에서 열린 제2회 조수미 국제 성악 콩쿠르 결선 무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수미는 이날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코망되르 수훈 당시 착용했던 보라색 드레스를 입고 참석했다. 2026.7.11 © 뉴스1 이준성 특파원
조수미는 10일(현지 시각) 프랑스 루아르 지방 라페르테앵보 성에서 열린 제2회 조수미 국제 성악 콩쿠르 결선장에서 뉴스1과 만나 "젊은 성악가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대 경험"이라며 "국제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공연을 많이 하면서 무대 위에서 배우고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결선에서는 서울대 성악과 4학년에 재학 중인 베이스 유승호(25)가 2위에 올랐다. 미국 바리톤 트레버 하움실트-로차(27)가 1위, 루마니아 소프라노 파울라 이안치치(32)가 3위를 각각 차지했다. 결선 진출자 11명 가운데 한국인은 유승호를 비롯해 독일 부퍼탈 오페라극장 솔리스트로 활동 중인 테너 김종영, 오스트리아 빈 국립오페라 '마술피리' 밤의 여왕 데뷔를 앞둔 소프라노 김혜림 등 3명이었다.
조수미는 한국 성악가들의 경쟁력에 대해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라 스칼라, 로열 오페라하우스 등 세계 최고 극장 관계자들도 한국 성악가들의 실력을 높게 평가한다"며 "한국은 노래를 잘하는 민족이라는 인식이 이미 자리 잡았다"고 했다.
올해 한국 참가자 3명이 결선에 오른 데 대해서는 "세 명 모두 결선에 올라갈 줄은 솔직히 몰랐다, 정말 놀랐다"며 "심사위원들이 첫 라운드가 끝나자마자 한국 참가자 세 명 모두 결선에 올라가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며 한국 성악가들이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느꼈다"고 말했다.
조수미 국제 성악 콩쿠르는 2024년 창설됐다. 한국인 음악가의 이름을 딴 첫 국제 성악 콩쿠르로, 만 18~32세 성악도를 대상으로 2년마다 열린다. 1회 대회에는 34개국 약 400명이 지원했고, 올해 2회 대회에는 55개국에서 500명 이상이 지원했다.
조수미는 "첫 번째 대회보다 수준이 더 높으면 높았지 낮지는 않았다"며 "경쟁이 매우 치열했고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그가 이 콩쿠르의 차별점으로 꼽은 것은 대회 이후의 지원이다. 조수미는 "상을 주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무대에 세워야 한다"며 "젊은 성악가들이 큰 무대에 서고, 관객 앞에서 노래하며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1회 입상자들은 이후 한국과 중국 등지에서 투어 무대에 올랐다. 조수미는 "큰 무대에 세우니 스타성이 드러나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다시 돌아와 공연하는 모습을 보니 이미 훌륭한 아티스트로 성장해 있었다"고 말했다.
콩쿠르의 분위기도 다른 대회와 다르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대회 기간 성 주변 저택에서 함께 머물며 지낸다. 각자 호텔에 흩어져 경연만 치르는 방식이 아니라, 함께 생활하고 교류하며 무대에 오른다.
조수미는 "이곳에서는 라이벌이 아니라 친구가 되는 분위기"라며 "경쟁은 치열하지만 서로 응원하고, 함께 지내며 음악가로서 관계를 맺는다"고 설명했다.
한국 성악가의 해외 진출과 함께 한국 가곡의 세계화도 그가 콩쿠르를 통해 기대하는 부분이다. 조수미는 한국 성악가들이 유럽 무대에 서는 것뿐 아니라 해외 성악가들이 한국 가곡을 부르는 흐름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2028년에 열릴 세 번째 조수미 콩쿠르를 준비하고 있다. 온라인 예선에 더해 서울, 중국, 싱가포르, 일본, 남미, 호주 등으로 오프라인 예선을 넓히고, 야외 공연과 음악 페스티벌을 결합한 형태로 대회를 키우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조수미가 이 콩쿠르를 통해 남기고 싶은 것은 자신의 이름만은 아니었다. 그는 "제가 이 지구상에 없어지더라도 이 콩쿠르는 계속 남았으면 좋겠다"며 "조수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얼마나 음악을 사랑했고 젊은이들을 사랑해서 이 대회를 만들었는지를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언젠가 대한민국에 제 이름을 건 콘서트홀이나 공연장이 생긴다면 좋겠다"며 "그 공간이 젊은 음악가들이 서는 무대가 되고, 다음 세대를 위한 장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프랑스 고성의 결선 무대는 깊은 밤까지 이어졌다. 39도 안팎의 무더위 속에서도 200여명의 관객은 부채질을 하며 자리를 지켰다. 조수미는 이날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코망되르 수훈 당시 착용했던 보라색 드레스를 입고 심사위원석에 앉았다. 순위를 가리는 밤이었지만, 그가 반복해 말한 것은 상보다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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