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피타고라스 생각 수업'
'피타고라스 생각 수업'은 인공지능이 계산을 대신하는 시대에 인간에게 남는 수학적 사고의 역할을 다시 묻는다. 저자 이광연은 확률과 통계, 벡터와 행렬, 패턴 인식, 불변량과 증명 같은 개념을 끌어와 계산 기술 너머의 판단과 통찰을 어떻게 키울지 짚는다.
손안의 스마트폰이 과거 슈퍼컴퓨터보다 빠르게 수식을 푸는 시대에 책이 겨누는 질문은 단순하다. 계산을 기계에 넘긴 뒤에도 왜 수학을 배워야 하느냐다. 책은 그 답을 공식 암기가 아니라 세상의 본질을 구조로 읽는 사고법에서 찾는다.
이번 개정증보판은 인공지능이 세상을 읽고 학습하는 방식을 보강해 담았다. 챗GPT가 문장을 엮는 확률과 통계, 기계가 데이터를 바라보는 벡터와 행렬, 추천 알고리즘을 떠받치는 패턴 인식, 딥페이크 시대에 진위를 가르는 불변량과 증명이 그 축이다.
책은 수학을 박제된 공식이 아니라 판단의 언어로 돌려놓으려 한다. 1960년대 NASA 연구실의 '인간 계산기'가 상징하던 시대와 지금의 자동화 환경을 대비시키며, 계산 너머에 남는 인간의 몫이 무엇인지 좇는다.
이 문제의식은 일상으로도 이어진다. 수학적 원리를 파고드는 데서 멈추지 않고 일상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로 연결하려는 구성이어서, 독자는 개념 설명과 활용 장면을 함께 따라가게 된다.
문제를 구조로 보는 법
1장과 2장은 보이지 않는 문제를 발견하고 일상을 분류하는 시선에 집중한다. 외판원 문제와 페르미 추정, 축소와 확장 같은 주제를 앞세워 문제를 바라보는 틀부터 세운 뒤 기호와 분류, 연결과 구조, 생각의 끈으로 분석의 감각을 넓힌다.
3장과 4장에선 자동차 번호판, 별의 밝기, 병뚜껑의 각도처럼 익숙한 장면을 배수와 역제곱의 법칙, 약수로 바꿔 읽는다. 일대일대응, 0, 분수, 기하학, 위상수학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추상 개념을 생활 감각과 맞붙인다.
5장과 6장은 기초와 응용을 한 축으로 묶는다. 수리력과 계산 능력, 추상화와 이해력, 규칙성을 다루는 장 뒤에 죄수의 딜레마와 치킨 게임, 몬테카를로 탐색, 지수함수, 힐베르트 문제, 리만 가설을 배치해 사고의 범위를 넓힌다.
이 책이 펼치는 방식은 고대 수학자에서 현대 수학자까지 38가지 생각의 결을 따라가는 데 가깝다. 초등 수학부터 고등 수학까지 이어지는 개념을 한 줄로 세우기보다, 서로 다른 장면에서 같은 사고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준다.
AI를 읽는 수학의 언어
7장은 인공지능과 공존하는 시대를 정면에 놓는다. 인공지능이 문장을 만드는 과정은 확률과 통계의 문제로, 세상을 데이터로 읽는 과정은 벡터와 행렬의 문제로 풀어낸다.
여기에 유튜브 알고리즘의 작동을 패턴 인식으로, 딥페이크 시대의 진실 판별을 불변량과 증명으로 연결한다. 인공지능이 혼자서 공부하는 원리도 함수와 미분이라는 수학의 언어로 끌어온다.
책 속 발췌문은 알고리즘이 들려주는 음악을 비판적으로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정답을 빠르게 내놓는 계산 능력보다 가짜를 걸러내고 핵심 논리를 추적하는 힘이 더 중요하다는 문제의식이 이 대목에서 선명해진다.
후반부는 데이터가 품은 편향과 가치의 문제로 논의를 넓힌다. 서울시의 심야 '올빼미 버스' 노선 최적화나 복지 사각지대 고위험군 가구 탐지처럼 빅데이터 활용 사례를 짚는 한편, 편향 없는 피부 톤 척도와 설명 가능한 AI 같은 대응도 함께 거론한다.
생각의 끈과 독자의 자리
책 전반을 잇는 표현은 '생각의 끈'이다. 하나의 개념을 알면 다른 개념과 연결해 문제를 읽어내는 힘이 생기고, 복잡한 생각을 하나의 틀로 묶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책은 공식을 외우는 법보다 질문을 세우는 법에 더 무게를 둔다. 수학이 빠른 두뇌 회전이나 명확한 선택, 기발한 상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여러 사례로 나눠 보여주면서도 추천 문구보다 사고의 과정 자체를 앞세운다.
개정증보판은 학교 도서관 사서와 교사들 사이에서 주목받으며 수학 교양서의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는 배경도 갖고 있다. 대만과 중국에 판권을 수출했다는 점 역시 이 책이 다루는 주제가 국내 독자층을 넘어 확장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저자 이광연은 성균관대학교 수학과와 대학원에서 공부했고 미국 와이오밍 주립대학교 박사후과정과 아이오와 주립대학교 방문교수를 거쳤다. 지금은 한서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중·고등학교 수학교과서 집필에도 참여해왔다.
책이 끝내 남기는 질문은 계산의 속도가 아니라 사고의 주도권이다. '피타고라스 생각 수업'은 인공지능 시대의 수학을 정답을 맞히는 기술이 아니라 가짜를 걸러내고 자기 논리를 세우는 훈련으로 다시 놓는다.
△ '피타고라스 생각 수업'/ 이광연 지음/ 388쪽
[신간] '피타고라스 생각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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