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혼자 늙지 않는다'…비혼여성공동체 비비의 24년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7월 13일, 오전 09:01

'우리는 혼자 늙지 않는다'는 전주의 비혼여성공동체 '비혼들의비행'이 24년간 쌓아온 돌봄과 생활의 시간을 따라가며 가족 밖에서 함께 나이 드는 방식을 짚는다.

'우리는 혼자 늙지 않는다'는 전주의 비혼여성공동체 '비혼들의비행'이 24년간 쌓아온 돌봄과 생활의 시간을 따라가며 가족 밖에서 함께 나이 드는 방식을 짚는다. 저자 봄봄은 같은 아파트에서 각자 독립적으로 살면서도 공부와 돌봄, 질병과 부모 부양, 노년 준비를 함께 건너온 과정을 통해 비혼의 삶이 어떻게 지속 가능한 관계로 이어지는지 보여준다.

비비의 기록은 비혼 선언의 당위나 공동체 예찬으로 곧장 나아가지 않는다. 책이 먼저 붙드는 것은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어떤 관계를 만들고, 그 관계가 나이 듦의 불안을 어떻게 버티게 하느냐는 질문이다.

비비는 처음부터 공동체를 만들겠다고 모인 집단이 아니었다. 전주에서 비혼으로 살아가던 여성들이 밥을 먹고, 공부하고, 여행을 다니며 서로의 삶을 지켜보는 사이 관계가 이어졌고, 그 시간이 20여 년을 넘어섰다.

출발점에는 2003년 전주에서 만난 비혼여성 6명의 소모임이 있다. 여성단체 활동가, 공무원, 회사원, 영어 강사 등 서로 다른 일을 하던 이들이 연결됐고, 그 만남은 이후 생활공동체의 바탕이 됐다.

같은 아파트에 살지만 각자의 집에서 독립적으로 살아간다는 점도 이 공동체의 특징이다. 책은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을 지키면서도 연결을 놓지 않는 '1인가구 네트워크'가 어떻게 현실의 생활 방식으로 자리 잡았는지 보여준다.

'우리는 혼자 늙지 않는다'는 전주의 비혼여성공동체 '비혼들의비행'이 24년간 쌓아온 돌봄과 생활의 시간을 따라가며 가족 밖에서 함께 나이 드는 방식을 짚는다.

"돌봄은 관계로부터 나오고, 관계는 돌봄을 통해 형성된다"
비비의 시간이 길어진 배경으로 책이 반복해 짚는 축은 공부와 돌봄이다. 구성원 가운데 누군가 질병을 겪자 다른 이들은 그 시간을 이해하기 위해 함께 공부했고, 이 과정은 돌봄을 공동체의 중심 의제로 끌어올렸다.

돌봄은 거창한 구호보다 일상에 가깝게 놓인다. 병원 동행, 이사 돕기, 주문한 가구 대신 받기, 집을 비울 때 반려동식물 돌보기 같은 장면이 이어지면서 비비의 관계는 추상이 아니라 생활 자원으로 구체화한다.

책은 돌봄을 일방적 부양으로 좁히지 않는다. "돌봄은 관계로부터 나오고, 관계는 돌봄을 통해 형성된다"는 문장은 누군가를 챙기는 행위와 관계를 이어가는 일이 분리되지 않는다는 이들의 감각을 압축한다.

이 감각은 부모 돌봄의 시간에서 더 또렷해진다. 저자는 "나는 누가 돌봐 주나?"라는 질문 앞에서 비비가 "서로 돌봐 주면 되지!"라고 답하게 됐다고 적으며, 돌봄 이후의 돌봄까지 고민하는 공동체의 변화를 따라간다.

질병과 부모 부양의 경험은 공동체의 내용도 바꿨다. 작은 소모임은 여성생활문화공간, 이웃 주민모임, 노년을 준비하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형태를 넓혀 갔고, 비비의 돌봄은 사람들의 생애주기에 맞춰 계속 변주됐다.

'우리는 혼자 늙지 않는다'는 전주의 비혼여성공동체 '비혼들의비행'이 24년간 쌓아온 돌봄과 생활의 시간을 따라가며 가족 밖에서 함께 나이 드는 방식을 짚는다.

책이 공동체를 말하는 방식은 낭만적이지 않다. 같은 아파트 현관 너머에 있는 집들이 모두 다른 풍경을 지녔듯, 청소 기준과 식성, 물건을 두는 방식 같은 사소한 생활 습관이야말로 공동체에서 가장 첨예하게 부딪히는 지점으로 그려진다.

저자는 오래 이어진 공동체의 비결을 신념보다 신뢰에서 찾는다. 처음부터 잘 맞는 사람들이어서 오래 버틴 것이 아니라, 맞지 않는 시간을 통과하며 서로를 조정해 온 과정이 지금의 비비를 만들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비비의 기록에는 갈등과 불일치도 빠지지 않는다. 책은 공평보다 평평, 초심보다 변신 같은 표현으로 공동체가 고정된 원칙보다 구성원의 변화에 맞춰 움직일 때 오래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짚는다.

이 서술은 이상적인 모델을 제시하려는 태도와 거리가 있다. 비혼 커뮤니티의 대표를 자처하지 않으면서도, 각자의 비혼이 부분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생활의 장면과 경험의 누적으로 보여준다.

비비의 다음 과제는 비혼보다 늙음
비비가 맞닥뜨린 다음 과제는 비혼보다 늙음이다. 지금의 아파트 생활이 언제까지 가능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저자와 구성원들은 나이 든 여성들의 주거공동체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해외 사례까지 찾아 나선다.

책에는 파리의 '바바야가의 집', 런던의 '나이 든 여성들을 위한 공동체주택'과 '뉴그라운드'를 탐방한 경험도 담겼다. 여성노인의 주거와 고립 문제가 더 이상 개인의 불안에 머물지 않는다는 인식이 비비의 다음 실험을 밀어 올린 셈이다.

저자 봄봄은 장수에서 태어나 전주에서 오래 생활했고, 30대 초반 비비를 만나 공동체의 시간 안으로 들어왔다. 15년 동안 한 직장에서 일한 뒤 퇴사해 '공간비비'를 두 번째 일터로 삼았고, 여러 번의 이사를 거쳐 임대아파트에서 비혼여성들과 이웃으로 살고 있다.

이 책이 비혼여성들만의 기록에 머물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족 중심 제도가 여전히 일상을 지배하는 현실에서 누가 내 곁을 지키고, 나는 누구와 연결되며 늙어 갈 것인가라는 질문은 혼자 사는 사람이 늘어난 사회 전체로 번진다.

'우리는 혼자 늙지 않는다'는 그 질문에 완결된 해답을 내놓기보다 먼저 살아 본 시간의 축적을 펼쳐 보인다. 혈연과 결혼이 아닌 관계가 얼마나 오래 이어질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관계가 노년의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차분하게 묻는 기록이다.

△ '우리는 혼자 늙지 않는다'/ 봄봄 지음/ 256쪽

'우리는 혼자 늙지 않는다'는 전주의 비혼여성공동체 '비혼들의비행'이 24년간 쌓아온 돌봄과 생활의 시간을 따라가며 가족 밖에서 함께 나이 드는 방식을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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