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즈비언 엄마와 딸, 숨긴 상처를 꺼내다…다큐 영화 '일상 대화'의 뒷이야기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7월 13일, 오전 09:01

'나의 부치 엄마'는 레즈비언 어머니와 딸이 오래 숨겨온 비밀, 상처, 화해의 시간을 정면으로 더듬는다.

'나의 부치 엄마'는 레즈비언 어머니와 딸이 오래 숨겨온 비밀, 상처, 화해의 시간을 정면으로 더듬는다. 저자 황후이전은 다큐멘터리 영화 '일상 대화'로 따라간 가족의 20년을 글로 옮기며 퀴어 가정 안에서 미움과 이해가 어떻게 뒤엉키는지 짚는다.

책은 어린 딸의 질문 "할머니는 남자야 여자야?"에서 출발한다. 딸은 담배를 피우고 마작을 즐기며 여자를 사랑한 어머니를 바라보지만, 그 시선은 곧 가족 안에 겹겹이 쌓인 침묵과 공포로 이어진다.

저자는 일곱 살 무렵 어머니의 사랑을 알아차렸지만, 그보다 더 큰 비밀이 집 안에 남아 있었다. 상처를 건드리지 않은 채 묻어두는 일이 모두를 지키는 길이라고 믿었던 시간도 있었지만, 책은 그 선택이 오히려 자신과 어머니를 더 오래 옥좼다고 돌아본다.

서사는 한 가족의 사생활 고백에 머물지 않는다. 여섯 살부터 스물한 살까지 도왔던 타이완 민속 장례식 공연단, 사당 앞 전통극에서 시작된 어머니의 첫사랑, 장의사 사장과의 마작판 옆에서 놀던 자매의 기억이 촘촘히 붙는다.

어머니가 서른두 살에 두 딸을 데리고 집을 떠난 장면도 큰 축을 이룬다. 평범한 오후의 도피로 적힌 그 결단은 아버지의 이름이 남은 신분증, 집 안 곳곳의 현금, 두 딸의 이동 같은 구체적 풍경과 함께 한 여성의 첫 선택으로 놓인다.

책의 시선은 어머니를 단순한 피해자나 상징으로 밀어 넣지 않는다. 여러 여성들과의 관계, 연인에게 해바라기씨를 손수 까서 건네던 몸짓, 딸과 여동생을 둘러싼 생활의 장면을 겹치며 한 인간의 욕망과 돌봄, 모순을 함께 드러낸다.

황후이전은 비밀이 상처를 덮는 거즈가 아니라 더 깊게 번지는 감염이었음을 반복해 확인한다. 아버지가 남긴 공포와 증오는 시간이 지나도 가족 안에 남아 있었고, 저자는 영화를 만들고 글을 쓰는 과정을 통해 그 유령과 다시 마주한다.

저자의 이력도 책의 결을 뒷받침한다. 1978년 타이완 자이시에서 태어난 그는 다큐멘터리를 공부했고 노동조합과 비정부기구에서 활동했으며, 이 책의 출발점이 된 장편 다큐멘터리 '일상 대화'로 베를린국제영화제 테디상을 받았다.

'나의 부치 엄마'가 남기는 질문은 가족을 무엇으로 부를 것인가에 닿아 있다. 숨겨야 한다고 배운 과거를 다시 배열하면서, 책은 차별이 만든 상처와 이해하려는 노력 사이에서 가족의 형태를 새로 묻는다.

△ '나의 부치 엄마'/ 황후이전 지음/ 방철환 옮김/ 240쪽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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