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6월 기준 여행 관련 상품·서비스 물가는 1년 새 품목별로 24~28%가 넘게 치솟았다. 같은 기간 3% 넘게 오른 소비자물가지수의 8~9배에 달하는 규모다. 6월 기준 소비자물가지수는 3.2% 오르며 2023년 12월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품목별로 국제 항공료는 28.2%, 패키지 여행상품은 24.3%가 늘었다. 중동 전쟁 여파로 전년 대비 25% 가까이 오른 유가가 고스란히 상품·서비스 가격에 반영된 셈이다.
지난 7일 인천국제공항 누적 여객 10억명 달성한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면세구역이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대표적인 것이 유가와 연동해 항공료에 추가하는 ‘유류할증료’다. 한때 33단계까지 치솟았던 유류할증료는 최근 진정 기미를 보이며 19단계까지 떨어졌지만, 4단계였던 1년 전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상태다.
이달 기준 인천~뉴욕 직항 노선 편도 항공권에 붙는 유류할증료는 34만원 중반대로 5만~6만원대이던 지난해보다 5~6배 늘었다. 근거리 지역인 후쿠오카 노선도 편도 기준 7000원 안팎이던 유류할증료 부담이 4만 6400원으로 6배 넘게 증가했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고환율도 여행 비용 부담을 늘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 중후반을 오가고, 원·유로 환율도 1700원대 후반까지 오르면서 숙박비 외에 식비, 교통비 등 현지 비용 부담을 키우고 있다. 고유가로 현지 물가도 오른 데다 고환율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실제 체감하는 비용 증가는 더 크다는 게 여행 업계의 설명이다.
항공료, 숙박비 등 치솟은 비용 부담은 장거리 패키지 여행상품 판매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시중 주요 아웃바운드 여행사의 올해 7~8월 여름 성수기 시즌 해외 패키지 여행상품 예약률은 지난해 대비 최대 40%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아웃바운드 여행사 관계자는 “5~6월 비수기보다 7~8월 성수기에 예약 감소 폭이 더 큰 역대 최악의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인포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한국보다 더 높은 기온의 무더위가 이어지는 7~8월 연중 일본 여행 비수기에 속하지만, 최근 예약이 몰리면서 기존 시즌 공식이 무색해지고 있다. 실제로 하나투어, 노랑풍선 등 주요 여행사의 올 7~8월 일본 패키지 여행상품 예약은 전년 동기간 대비 80%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랑풍선 관계자는 “큐슈, 홋카이도 등 전통적인 여름철 인기 여행지 외에 오사카 등 대도시로 수요가 몰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거리 수요가 늘고 있지만, 여행 업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잇다. 단거리 상품 수요가 늘어도 감소폭을 메우기엔 역부족이어서다. 일본과 중국 등 단거리 상품은 유럽·미주 상품보다 판매 단가와 마진이 낮기 때문이다. 한 대형 여행사 관계자는 “예약 수요는 방어하고 있지만 단거리 상품 비중이 높아지면서 객단가 하락이 더 큰 고민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여행도 ‘다운사이징 소비’가 대세
국내여행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26년 국민여행조사 1분기 결과’에 따르면 국내여행 횟수는 8514만 회로 지난해보다 약 17% 늘었지만, 약 64%가 당일여행으로 채워졌다. 숙박을 제외한 당일치기 여행이 늘면서 평균 지출액은 12만 3000원으로 4.7%가 줄었다.
국내여행의 다운사이징 소비 경향은 펜션, 캠핑 등 가격이 저렴한 숙소 선호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놀유니버스에 따르면 올 7~8월 펜션 예약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 캠핑·카라반·글램핑 예약은 102% 증가했다. 숙박 솔루션 기업 온다의 7~8월 펜션·풀빌라 거래액은 전년보다 23% 넘게 늘어나 15% 넘게 늘어난 지방 호텔·리조트 증가율을 웃돌았다. 올해와 지난해 7~8월 기준 전국 펜션·풀빌라 평균 객실료는 약 4% 오른 반면, 지방 호텔·리조트는 3배가 넘는 약 13%가 올랐다. .
윤혜진 경기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여행은 경기가 나빠졌다고 완전히 끊기보다 유지하려는 소비 경향이 강하다”며 “고유가·고환율·고물가로 비용 부담이 늘어난 상황에서도 여행을 포기하기보다 거리, 일정 등을 줄이는 ‘다운사이징 소비’ 경향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