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깻잎토피아'는 미국에서 깻잎을 키우는 한국계 소년 노아의 시간을 따라가며 음식과 문화, 가족의 기억이 맞물리는 정체성의 문제를 짚는다.
'깻잎토피아'는 미국에서 깻잎을 키우는 한국계 소년 노아의 시간을 따라가며 음식과 문화, 가족의 기억이 맞물리는 정체성의 문제를 짚는다. 박나경은 친구와 교사에게조차 낯선 깻잎을 매개로 이민 가정의 일상, 반복되는 실패, 다시 시작하는 마음을 성장 서사로 엮는다.
미국에 사는 노아에게 깻잎은 식탁에 오르는 채소를 넘어 집의 냄새와 가족의 시간을 붙드는 물건에 가깝다. 소설은 이 익숙한 재료가 국경을 건너자 곧바로 낯선 대상이 되는 순간에서 출발한다.
깻잎이 낯설어지는 자리
노아가 마주하는 첫 장면은 설명의 곤란함이다. 한국인에게는 너무 자연스러운 깻잎이 친구들에게는 처음 보는 식물이고, 학교 안에서도 이름을 알아듣는 사람이 드물다.
이 낯섦은 음식 취향의 차이에서 그치지 않는다. 자신에게 너무 익숙한 것이 타인에게는 이상하고 두려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노아의 시선을 흔든다.
소설은 깻잎을 한국의 맛으로만 두지 않는다. 가족의 추억, 집 안의 공기, 부모와 아이가 공유하는 생활 감각까지 한 장의 잎에 겹쳐 놓는다.
그래서 노아 가족의 텃밭 도전은 채소 재배를 넘어선다. 새집 뒷마당에 밭을 만들고 다시 씨앗을 뿌리는 과정은 미국에서 자기 자리를 새로 세우는 일과 맞물린다.
'깻잎토피아'는 미국에서 깻잎을 키우는 한국계 소년 노아의 시간을 따라가며 음식과 문화, 가족의 기억이 맞물리는 정체성의 문제를 짚는다.
텃밭이 만드는 성장의 시간
이야기는 씨앗을 심고 새싹을 기다리는 느린 시간을 여러 차례 통과한다. 애써 키운 모종이 죽고 날씨가 엇나가도 가족은 멈추지 않고 다음 계절을 준비한다.
이 반복은 성장의 방향을 또렷하게 만든다. 노아가 배우는 것은 깻잎을 잘 키우는 기술만이 아니라 기다림, 책임, 실패를 견디는 태도다.
소설의 톤은 이민 가정의 경험을 무겁게 밀어붙이기보다 생활의 장면 안에서 드러낸다. 친구들에게 깻잎을 보여주고 맛보게 하는 에피소드에는 웃음이 있지만, 자기 세계를 설명하고 싶다는 마음도 함께 놓여 있다.
본문에 나오는 "깻잎 천국의 오프닝 쇼"라는 표현은 이런 분위기를 압축한다. 텃밭을 둘러싼 기대와 설렘이 아이의 상상력과 만나면서 깻잎은 생존의 상징이자 놀이의 대상이 된다.
20개 장과 에필로그로 이어지는 구성은 한 번의 사건보다 누적되는 시간을 따라간다. 장 제목마다 생활의 결이 살아 있어 노아와 가족이 계절을 지나며 어떻게 달라지는지 차근히 보여준다.
가족과 기억을 묶는 서사
가족의 역할도 선명하다. 부모는 정답을 미리 쥔 조력자가 아니라 실패를 함께 겪고 다시 시작점을 찾는 동반자로 그려진다.
이 때문에 소설의 온기는 선언보다 장면에서 나온다. 엄마가 추위 속 노아를 닦아 주고 붙드는 순간처럼 몸의 감각으로 남는 기억이 가족 서사의 중심을 이룬다.
박나경은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문학을 공부했고 멕시코 몬테레이 공과대학에서 스페인어를 익혔다. 페루 산 아구스틴 국립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쳤고, 지금은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작가와 번역가로 활동한다.
오랫동안 미국에서 깻잎을 키워 온 저자의 이력이 소설의 바탕에 놓이면서 텃밭의 기쁨과 실패, 식물을 기다리는 감각은 구체성을 얻는다. 동시에 이야기는 한 식재료에서 출발해 문화와 가족,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범위를 넓힌다.
△ '깻잎토피아'/ 박나경 지음/ 160쪽
'깻잎토피아'는 미국에서 깻잎을 키우는 한국계 소년 노아의 시간을 따라가며 음식과 문화, 가족의 기억이 맞물리는 정체성의 문제를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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